무대에 오른 不信 연극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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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 쇼' '엔론' '배수의 고도' 잇따라 공연
가족·기업·공동체 서로 못 믿는 현실 반영
가족·기업·공동체 서로 못 믿는 현실 반영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불리며 사회적 존경을 받던 에너지 기업 엔론. 2001년 파산하고 온갖 회계 부정이 드러나면서 존경은 멸시로 바뀌었다. 엔론의 자산과 이익 수치는 대부분 가짜였다. 엄청나게 부풀려졌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날조인 것도 있었고, 빚은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됐다. 3000여명의 사람들이 삶의 터전과 건강을 잃었다. 일본 의회는 이 사고를 ‘명확한 인재’로 규정했다. ‘원전은 절대로 안전하다’고 강조해온 일본 정부의 원자력 안전 신화는 무너졌다.
불신이 팽배한 시대다. 두산아트센터는 매년 상반기 진행하는 ‘두산인문극장’의 올해 주제를 ‘불신시대’로 정했다. ‘불신시대’는 개인과 개인이 서로 믿지 못하는 것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진리와 제도, 공동체의 힘과 가치가 점점 의문시되는 현실을 의미한다.
두산아트센터는 ‘베키 쇼’ ‘엔론’ ‘배수의 고도’ 등 우리 시대의 불신 문제를 성찰하는 연극 세 편을 소극장 ‘스페이스 111’에서 잇따라 올린다. 미국과 영국, 일본의 30~40대 작가들이 쓴 최근 작품을 국내 중견 연출가들이 무대화한다. ‘불신시대’ 시리즈를 기획한 김요한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는 “신뢰 회복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회의와 불신의 사례를 충실하게 살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막이 오른 ‘베키 쇼’는 미국 드라마 작가 지나 지온프리도의 2009년 작품이다. 베키 쇼란 평범하지 않은 여성이 등장하며 벌어지는 30대 남녀 4인의 애증 관계와 감정 변화를 신랄하면서도 재치 있게 그린다. 가족과 같은 사이의 믿음과 관계, 사랑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탄탄하고 밀도 높은 구성과 연출이 돋보인다.
‘베키 쇼’란 독특한 인물을 개성 있게 소화한 강지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가족 관계에 잠재된 파괴적인 에너지를 드러내 인간의 본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박근형 연출가의 작품 세계와 특징이 이번 무대에도 잘 드러난다. 오는 26일까지.
영국 작가 루시 프레블이 쓴 ‘엔론’(5월7~31일)은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과 경영진들의 잘못된 리더십 및 도덕심이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또 파멸에 이르게 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2009년 영국 초연에서 ‘기업판 맥베스’란 평가를 받았다. 연출을 맡은 이수인 극단 ‘떼아뜨르 봄날’ 대표는 “사건의 복잡한 디테일보다는 그 사건에 휘말린 인간들의 감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수의 고도’(6월10일~7월5일)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다. 오늘날 인류가 처한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 사회 정의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일본 연극인 나카츠루 아키히토의 극작·연출로 2011년 초연됐다. 한국 공연은 지난해 ‘알리바이 연대기’로 호평을 받은 김재엽 연출가가 무대화한다. 김 연출가는 “사회 속에서 소멸된 개인을 찾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됐다. 3000여명의 사람들이 삶의 터전과 건강을 잃었다. 일본 의회는 이 사고를 ‘명확한 인재’로 규정했다. ‘원전은 절대로 안전하다’고 강조해온 일본 정부의 원자력 안전 신화는 무너졌다.
불신이 팽배한 시대다. 두산아트센터는 매년 상반기 진행하는 ‘두산인문극장’의 올해 주제를 ‘불신시대’로 정했다. ‘불신시대’는 개인과 개인이 서로 믿지 못하는 것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진리와 제도, 공동체의 힘과 가치가 점점 의문시되는 현실을 의미한다.
두산아트센터는 ‘베키 쇼’ ‘엔론’ ‘배수의 고도’ 등 우리 시대의 불신 문제를 성찰하는 연극 세 편을 소극장 ‘스페이스 111’에서 잇따라 올린다. 미국과 영국, 일본의 30~40대 작가들이 쓴 최근 작품을 국내 중견 연출가들이 무대화한다. ‘불신시대’ 시리즈를 기획한 김요한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는 “신뢰 회복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회의와 불신의 사례를 충실하게 살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막이 오른 ‘베키 쇼’는 미국 드라마 작가 지나 지온프리도의 2009년 작품이다. 베키 쇼란 평범하지 않은 여성이 등장하며 벌어지는 30대 남녀 4인의 애증 관계와 감정 변화를 신랄하면서도 재치 있게 그린다. 가족과 같은 사이의 믿음과 관계, 사랑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탄탄하고 밀도 높은 구성과 연출이 돋보인다.
‘베키 쇼’란 독특한 인물을 개성 있게 소화한 강지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가족 관계에 잠재된 파괴적인 에너지를 드러내 인간의 본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박근형 연출가의 작품 세계와 특징이 이번 무대에도 잘 드러난다. 오는 26일까지.
영국 작가 루시 프레블이 쓴 ‘엔론’(5월7~31일)은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과 경영진들의 잘못된 리더십 및 도덕심이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또 파멸에 이르게 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2009년 영국 초연에서 ‘기업판 맥베스’란 평가를 받았다. 연출을 맡은 이수인 극단 ‘떼아뜨르 봄날’ 대표는 “사건의 복잡한 디테일보다는 그 사건에 휘말린 인간들의 감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수의 고도’(6월10일~7월5일)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다. 오늘날 인류가 처한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 사회 정의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일본 연극인 나카츠루 아키히토의 극작·연출로 2011년 초연됐다. 한국 공연은 지난해 ‘알리바이 연대기’로 호평을 받은 김재엽 연출가가 무대화한다. 김 연출가는 “사회 속에서 소멸된 개인을 찾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