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일 오전 11시23분

[마켓인사이트] 건설사 최악 벗어나나
“채권만 놓고 본다면 건설업이 최악의 상황은 지났습니다.”(국내 모 신용평가사 임원)

건설산업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건설업 신용스프레드’가 올 들어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종전보다 비싼 값에 건설회사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발 빠른 채권 투자자들은 건설사 신용등급 추가 강등 임박 등의 악재를 ‘불확실성 해소’라는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일 국내 채권평가 3사가 집계하는 ‘산업별 스프레드지표’에 따르면 건설업종 신용스프레드는 이날 1.76%포인트를 나타냈다. 작년 말 2.02%포인트까지 상승했다가 올 들어선 3개월 동안 0.36%포인트 줄어들었다. 건설산업을 제외한 20개 산업 평균 스프레드 감소폭(0.09%포인트)에 비하면 두드러진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건설사 채권에 대한 시장의 ‘온기’를 감지할 수 있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포스코건설 회사채(제50회)의 경우 3500억원 모집에 ‘사겠다’고 신청한 금액이 5920억원에 달했다. 국내 한 투자은행(IB)의 채권 담당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기”라며 “연기금 한 곳은 끝까지 고민하다가 막판에 무려 1000억원어치를 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도 호재 중 하나로 꼽힌다. 빚을 늘리지 않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중 처음으로 지난해 1분기 대규모 해외사업 손실을 발표한 GS건설은 오는 6월 유상증자로 5250억원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지난해 1400억원의 순손실을 낸 KCC건설도 1000억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잠재부실 정리와 자산 매각, 자본 확충, 해외사업 저가 수주 자제 등 일련의 조치들이 건설사 회사채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용스프레드

credit spread. 기업이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때 국고채 금리보다 더 얹어줘야 하는 가산금리의 평균 값을 말한다. 업종 전반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때 스프레드도 함께 커진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