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카메라로 1번국도·청와대 등 192장 촬영
표적 테러 어렵지만 생화학무기 탑재 가능성도
◆북한 소행 판단 근거는
국방부 관계자는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카메라 배터리 부분에 ‘기용날자’(사용 중지 날짜의 북한식 표기)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며 “북한에서 무인기를 발진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은 ‘날짜’를 대개 ‘날자’로 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의 엔진 배터리에는 ‘사용중지 날자 2014.6.25’라는 한글과 숫자가 표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조사단은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에 찍힌 사진 분석 결과 무인기가 북측에서 출발, 파주 일대와 서울 상공 근접 후 북측으로 복귀하는 도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무인기에 연료가 남아 있고 이는 북측으로 복귀하는 데 충분한 양이라는 것이다.
◆북한, 무엇을 노렸나
군 관계자에 따르면 파주 무인기에는 일본산 캐논 카메라(D550)가 실려 있었고 메모리에는 1~1.5㎞ 고도에서 찍은 파주 1번국도와 청와대, 광화문, 경복궁 등 서울시내 사진이 192장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남침 시 병력 이동 경로인 1번국도를 찍었다는 것은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 전방부대 배치를 파악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무인기 기술 수준은
국방부 관계자는 “사진 해상도가 픽셀당 1㎡에도 달하지 않는 등 구글맵보다 못한 초보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파주 발견 무인기는 오토바이에 다는 2행정 프로펠러 엔진을 주동력으로 삼고 있다. 발사대에서 쏘는 방식으로 이륙한다. 조종을 위한 기초적인 무선송신기는 장착했지만 실시간으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전송하는 장비가 달려 있지 않아 회수 후 정보를 판독해야 한다.
군 관계자는 “카메라로 정지영상을 촬영하고 회수하는 방식의 초보 수준 정찰용 무인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냉방장치가 없어 사진이 습기 때문에 매우 흐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는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낮아 특정 표적에 대해 대대적인 테러가 가능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무인기에 1㎏ 정도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춘 것으로 군은 분석했다. 1㎏이면 고폭탄은 불가능하고 생화학 작용제를 탑재한 폭탄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 무인항공기가 남측지역에서 잇따라 추락한 것에 대해 수도권 방공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량 인명 살상이 가능한 생화학 작용제를 탑재한 무인기가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에 떨어지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국방부는 북한이 무인기를 개선해 테러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백령도선 사격했지만 격파 못해
국방부 관계자는 “파주 무인기의 기체가 매우 작고 휴대폰 외장용 등으로 쓰이는 폴리카본에이드로 만들어졌으며 저고도로 날아 지상 레이더로는 파악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는 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 등 공중레이더에 포착됐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백령도 무인기가 우리 상공으로 넘어올 당시 해병부대는 벌컨포로 대응사격을 했지만 무인비행체의 고도가 사거리 이상이어서 격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고도 레이더 도입” 뒷북 대책
군 관계자는 “북한의 경량 비행체를 포함한 무인기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우선 낮은 고도로 나는 비행체를 포착하기 위한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외국에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청은 시험비행체 추락으로 지연됐던 서북 5도 감시용 비행선 개발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