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74)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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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화제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갖고 있는 기업의 주요 사안(경영 안건)에 대해 전보다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하겠다는 것이다. 주주로서의 당연한 권리 행사가 왜 논란거리가 되는 것일까.
국민연금처럼 개인(자연인)이 아닌 회사 같은 법인이 투자자일 때 이를 기관투자가라 부른다. 펀드나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정체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개인투자자에 비해 규모가 크고 궁극적으로 많은 개인으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투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금융산업이 성장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수나 규모 역시 크게 증가해왔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큰 회사들의 대주주는 기관투자가인 경우가 흔하다.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이 가장 큰 기관투자가이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5%가 넘는 지분을 갖는 등 발언권이 큰 주주가 됐다.
주주로서 기관투자가가 흔히 갖게 되는 문제는 지분을 보유한 그 많은 회사들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같은 대주주라도 한 개나 소수의 기업에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한 개인 대주주의 입장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개인 대주주는 해당 기업에 걸려 있는 재산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를 늘리거나 지키기 위해 기업에 온갖 노력을 쏟겠지만, 굴리는 자산 규모가 크다 보니 분산투자를 하더라도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기관투자가로서는 개별 기업에 그만한 신경을 쓸 이유나 여유가 없을 수 있다. 물론 개인 대주주가 기업 가치를 저하시키는 결정을 할 수도 있고, 기관투자가가 전문적인 정보 분석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으나 그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 원인의 한 가지로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의 대주주가 대부분 기관투자가인 것이 꼽혔다. 방관적인 기관투자가들이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경영진 자체보다 경영진을 좌지우지하는 개인 대주주의 견제 필요성이 강조돼왔기 때문에 거대 기관투자가로 성장한 국민연금에 이런 역할을 기대하게 됐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주주인 기업 수가 매우 많다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만 주주권을 행사하리라는 신뢰를 갖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연금 가입자 모두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온전히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결국 지금부터라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사실 이런 수고는 국민의 소중한 연금자산을 맡은 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욱 성숙한 주주로서의 국민연금을 기대한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국민연금처럼 개인(자연인)이 아닌 회사 같은 법인이 투자자일 때 이를 기관투자가라 부른다. 펀드나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정체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개인투자자에 비해 규모가 크고 궁극적으로 많은 개인으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투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금융산업이 성장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수나 규모 역시 크게 증가해왔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큰 회사들의 대주주는 기관투자가인 경우가 흔하다.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이 가장 큰 기관투자가이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5%가 넘는 지분을 갖는 등 발언권이 큰 주주가 됐다.
주주로서 기관투자가가 흔히 갖게 되는 문제는 지분을 보유한 그 많은 회사들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같은 대주주라도 한 개나 소수의 기업에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한 개인 대주주의 입장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개인 대주주는 해당 기업에 걸려 있는 재산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를 늘리거나 지키기 위해 기업에 온갖 노력을 쏟겠지만, 굴리는 자산 규모가 크다 보니 분산투자를 하더라도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기관투자가로서는 개별 기업에 그만한 신경을 쓸 이유나 여유가 없을 수 있다. 물론 개인 대주주가 기업 가치를 저하시키는 결정을 할 수도 있고, 기관투자가가 전문적인 정보 분석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으나 그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 원인의 한 가지로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의 대주주가 대부분 기관투자가인 것이 꼽혔다. 방관적인 기관투자가들이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경영진 자체보다 경영진을 좌지우지하는 개인 대주주의 견제 필요성이 강조돼왔기 때문에 거대 기관투자가로 성장한 국민연금에 이런 역할을 기대하게 됐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주주인 기업 수가 매우 많다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만 주주권을 행사하리라는 신뢰를 갖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연금 가입자 모두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온전히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결국 지금부터라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사실 이런 수고는 국민의 소중한 연금자산을 맡은 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욱 성숙한 주주로서의 국민연금을 기대한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