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투기꾼에 제대로 복수한 중국
글로벌 선물 옵션시장에서 위안화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올 들어 55억달러(약 5조8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하면서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상업은행을 통해 위안화 통화옵션에 투자했던 투자자의 손실은 20억달러(약 2조1150억원)로 집계됐다. 이들이 위안화 강세에 베팅한 금액은 무려 3320억달러(약 35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통화선물시장의 위안화 강세에 돈을 건 투자자도 35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들의 투자 규모는 1500억달러나 됐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까지 10년 가까이 오르기만 했다. 이 때문에 투기적 거래자들은 그동안 위안화 가치 상승에 베팅해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중국 당국이 올 들어 위안화 변동폭을 상하 1%에서 2%로 확대한 이후 의도적으로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매도에 나서 가치를 끌어내렸다고 지적했다. 위안화는 지난 1분기 2.4% 떨어져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데이비드 로빙거 TCW그룹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 것은 투기자본 손실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며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가 시장에서 양방향으로 움직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올해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1월14일 6.0406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위안화 변동폭 확대 이후에는 하락세로 돌변해 3월21일 6.2370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 위안화 가치는 6.2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만일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38대까지 떨어지면 위안화 상승에 베팅한 선물계약자의 손실이 75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는 위안화 가치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40명의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위안화 가치는 6월 말 6.09대로 올라서고 연말에는 달러당 6.0을 깰 것으로 전망됐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