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출신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 씨 "반도네온의 매력,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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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때 학교 그만두고 '올인'
일본·아르헨티나 오가며 배워
김동률·정재형 등 가수들과 협연
일본·아르헨티나 오가며 배워
김동률·정재형 등 가수들과 협연
“KAIST 2001학번으로 입학해 밴드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베이스기타를 배우며 음악에 빠졌죠. 스무 살 넘어 음악을 시작했는데 기타나 피아노로는 승부가 안 될 것 같았어요. 마침 국내에는 생소한 반도네온이란 악기를 접하게 됐습니다. 음악계의 블루오션을 판 거죠.”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 씨(31·사진)에겐 KAIST 출신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대전과학고를 거쳐 KAIST에 들어간 그는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반도네온을 배우기 시작했다. 탱고 연주가 파블로 지글러의 내한공연을 본 게 계기였다. 네모난 주름상자를 여닫으며 연주하는 반도네온은 아르헨티나 탱고를 연주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악기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고씨를 만났다. 그는 자작곡 10곡이 담긴 첫 정규앨범 막바지 작업 중이었다.
“원래 하고 싶은 것은 기어코 하는 성격이에요. 학교에 다니려면 과제를 제출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하는데 그러면 음악 할 시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죠.”
아르헨티나에 사는 이모를 통해 100만원짜리 반도네온을 손에 넣은 그는 6개월간 독학으로 악기를 익혔다. 2006~2009년에는 일본을 오가며 유명 연주가 고마츠 료타에게 연주법을 배웠고, 2009년 초 아르헨티나 에밀리오 발카르세 탱고 오케스트라학교에 수석 입학해 2년을 공부했다.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김동률 정재형 등 쟁쟁한 가수들의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고 고상지밴드 활동, 클래식 공연 협연, 반도네온 레슨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루오션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2012년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정재형 정형돈이 부른 ‘순정마초’ 반주에 참여하면서 불러주는 곳이 많아졌어요. 정작 방송에는 3초밖에 안 나왔는데 말이죠.”
그를 성장하게 만든 건 자신감이 아닌 열등감이었다. “일본에서 고마츠 연주가에게 배울 때 다른 제자들이 너무 잘해서 열등감이 심했어요.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죠. 최근엔 아르헨티나 학교에 저보다 낮은 등수로 입학한 친구들이 놀라운 연주를 하는 모습을 페이스북을 통해 봤어요.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하루 7시간씩 연습하고 있어요.”
그가 생각하는 반도네온의 매력은 뭘까. “반도네온의 매력을 형용사 안에 가두고 싶지 않아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반도네온으로 탱고를 연주할 때 아티큘레이션(선율을 작은 단위로 구분하는 연주기법)과 특유의 리듬이 가장 멋지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 씨(31·사진)에겐 KAIST 출신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대전과학고를 거쳐 KAIST에 들어간 그는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반도네온을 배우기 시작했다. 탱고 연주가 파블로 지글러의 내한공연을 본 게 계기였다. 네모난 주름상자를 여닫으며 연주하는 반도네온은 아르헨티나 탱고를 연주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악기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고씨를 만났다. 그는 자작곡 10곡이 담긴 첫 정규앨범 막바지 작업 중이었다.
“원래 하고 싶은 것은 기어코 하는 성격이에요. 학교에 다니려면 과제를 제출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하는데 그러면 음악 할 시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죠.”
아르헨티나에 사는 이모를 통해 100만원짜리 반도네온을 손에 넣은 그는 6개월간 독학으로 악기를 익혔다. 2006~2009년에는 일본을 오가며 유명 연주가 고마츠 료타에게 연주법을 배웠고, 2009년 초 아르헨티나 에밀리오 발카르세 탱고 오케스트라학교에 수석 입학해 2년을 공부했다.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김동률 정재형 등 쟁쟁한 가수들의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고 고상지밴드 활동, 클래식 공연 협연, 반도네온 레슨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루오션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2012년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정재형 정형돈이 부른 ‘순정마초’ 반주에 참여하면서 불러주는 곳이 많아졌어요. 정작 방송에는 3초밖에 안 나왔는데 말이죠.”
그를 성장하게 만든 건 자신감이 아닌 열등감이었다. “일본에서 고마츠 연주가에게 배울 때 다른 제자들이 너무 잘해서 열등감이 심했어요.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죠. 최근엔 아르헨티나 학교에 저보다 낮은 등수로 입학한 친구들이 놀라운 연주를 하는 모습을 페이스북을 통해 봤어요.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하루 7시간씩 연습하고 있어요.”
그가 생각하는 반도네온의 매력은 뭘까. “반도네온의 매력을 형용사 안에 가두고 싶지 않아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반도네온으로 탱고를 연주할 때 아티큘레이션(선율을 작은 단위로 구분하는 연주기법)과 특유의 리듬이 가장 멋지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