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종의 ‘미운 오리’였던 디스플레이 관련주들이 ‘귀하신 몸’이 됐다. 애플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6의 화면이 5인치대로 커진다는 소식이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다.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의 하락세가 멈춘 것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1~2월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관련주들의 운명은 정반대다.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빠지고 있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백조가 된 디스플레이주

3일 LG디스플레이는 전 거래일보다 3.15% 오른 2만7800원에 장을 마쳤다. 단기 저점이었던 3월12일 이후 이날까지 주가 상승률이 20.35%에 달한다. 같은 기간 디스플레이용 박막 코팅업체 아바텍(32.45%), LCD 패널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웍스(8.8%), 패널 부품 제조사 티엘아이(16.95%) 등의 주가도 동반 강세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원은 “1년3개월간 이어졌던 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3월 들어 멈춘데다 아이폰 대화면 휴대폰 신규 출시, UHD(초고화질) TV 수요 확대 등의 호재가 잇따르면서 관련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TV 업체들의 LCD 패널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패널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마트폰 분야도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5, 애플의 아이폰6 등 신작들의 출시가 예정돼 있어서다. 기저효과를 누리는 디스플레이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주가가 쉽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체 매출의 60%를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로 올리고 있는 삼성전기의 주가는 지난달 12일 6만4000원에서 이날 6만70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5 효과가 나타나면 주가가 더 움직일 수 있다”며 “1분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2분기에는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미운 오리된 반도체주

반도체주들은 3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장주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6일 3만8800원을 단기 고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35% 떨어진 3만6550원에 그쳤다.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리포트도 주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냈다. 이 보고서는 25나노 공정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느린데다 D램 산업의 호황도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3일에는 국내에서도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가 나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4만7000원으로 낮추며 “1분기 내내 내림세였던 D램 현물가격이 2분기 고정 거래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분기 실적이 1분기에 비해 8%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립리서치사 올라FN의 임홍빈 대표는 “전자업종 내에서 새로 뜨는 분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당분간은 디스플레이와 LED가 강세, 반도체가 약세인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