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꽉 잡아라” “처음부터 잡히면 안 된다.”

결혼을 앞뒀거나 갓 신혼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기혼자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이다.

독일의 유명 신학자이자 성 베네딕트수도회의 수도자인 안젤름 그륀 신부는 이런 말들이 “남의 연인 또는 부부 관계를 망치는 조언”이라며 “연인이든 배우자든 관계의 주도권을 잡아야 편하다는 말 따위는 무시하라”고 충고한다. 주도권을 잡는다는 건 권력을 잡는다는 뜻이고, 권력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육체적으로 상대의 위에 올라서야 한다. 그러면 한 사람은 자존감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그륀 신부는 익명의 이름으로 온 ‘고민 상담 편지’에 답하는 형식으로 직장 상사와 동료, 연인, 배우자, 가족, 친구, 이웃 등과의 관계에서 겪을 만한 고민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신부의 해법이라 해서 ‘용서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라’는 내용일 것이라고 미뤄 생각하면 오산이다. 해법의 기준은 하나같이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그는 “모든 동료와 원만히 지낼 필요는 없다. 상대가 아닌 나를 위한 사랑을 하라. 가족이란 이름의 상처를 허용하지 마라. 인간관계를 위해 나를 희생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남의 시선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되면 타인은 자신에게 괴로운 존재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타인의 마음은 통제할 수도, 예상할 수도 없는 변수다. 따라서 “나의 관점을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선을 ‘상대’가 아닌 ‘나’로 돌리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