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 부모의 욕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자식 출세 위해 시키는 선행학습
역효과 나기 전 인성교육부터
조순희 <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
역효과 나기 전 인성교육부터
조순희 <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가 가끔 떠오른다. 학부모가 됐다는 기쁨에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부모 노릇을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워지던 순간, 그땐 그저 아이가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탈 없이 잘 자라주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잠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느 부모들처럼 성적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며 아이를 학원으로 내몰기에 바빴다.
조선 후기의 학자 신익황(1672~1722)이 서당 교육에 대해서 논한 글을 보면 당시의 초등교육에도 오늘날과 비슷한 문제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부모들이 자녀의 특성과 능력에 상관없이 고강도의 교육을 하려 들고, 훗날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조기에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 등이다.
유교 사회에서는 본래 바른 생활습관과 품성을 배양하기 위한 ‘조기 인성교육’을 중시했다. 초등교육 단계의 교재로 ‘소학’ ‘동몽선습’ 등을 권장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후대로 가면서 지식 교육에 몰입하고, 훗날의 과거 시험에 대비해 어려서부터 작문 훈련을 시키는 폐단이 생겼다.
신익황은 이런 현상이 부모의 욕심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학업에 대한 과도한 압박은 자녀를 위축시키고 의욕을 꺾으며,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해쳐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녀의 수준과 성향에 맞춰 가르치기를 권하고, 지식보다 예절과 인성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높은 교육 수준은 그간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나친 교육열이 사회 발전과 통합을 가로막는 한 가지 요인으로 지적되기에 이르렀다.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와 전쟁터나 다름없는 대학입시, 좋은 직장만을 목표로 하는 듯한 대학 교육현장….
삶의 가치와 교육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모두들 말한다. 하지만 내 자녀의 교육문제에 당면하면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진다. 부모는 내 아이가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초조해하고, 그런 부모를 보며 아이들은 불안해한다.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경쟁 대열에 동참해 버리고 만다. 자녀 교육에 관한 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을 지키기가 어렵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탈 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 주기만을 바랐던 마음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신익황이 진단한 ‘부모의 과도한 욕심’은 내게도 해당하는 것임을 새삼 절감한다.
조순희 <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
조선 후기의 학자 신익황(1672~1722)이 서당 교육에 대해서 논한 글을 보면 당시의 초등교육에도 오늘날과 비슷한 문제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부모들이 자녀의 특성과 능력에 상관없이 고강도의 교육을 하려 들고, 훗날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조기에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 등이다.
유교 사회에서는 본래 바른 생활습관과 품성을 배양하기 위한 ‘조기 인성교육’을 중시했다. 초등교육 단계의 교재로 ‘소학’ ‘동몽선습’ 등을 권장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후대로 가면서 지식 교육에 몰입하고, 훗날의 과거 시험에 대비해 어려서부터 작문 훈련을 시키는 폐단이 생겼다.
신익황은 이런 현상이 부모의 욕심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학업에 대한 과도한 압박은 자녀를 위축시키고 의욕을 꺾으며,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해쳐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녀의 수준과 성향에 맞춰 가르치기를 권하고, 지식보다 예절과 인성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높은 교육 수준은 그간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나친 교육열이 사회 발전과 통합을 가로막는 한 가지 요인으로 지적되기에 이르렀다.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와 전쟁터나 다름없는 대학입시, 좋은 직장만을 목표로 하는 듯한 대학 교육현장….
삶의 가치와 교육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모두들 말한다. 하지만 내 자녀의 교육문제에 당면하면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진다. 부모는 내 아이가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초조해하고, 그런 부모를 보며 아이들은 불안해한다.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경쟁 대열에 동참해 버리고 만다. 자녀 교육에 관한 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을 지키기가 어렵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탈 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 주기만을 바랐던 마음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신익황이 진단한 ‘부모의 과도한 욕심’은 내게도 해당하는 것임을 새삼 절감한다.
조순희 <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