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4.8㎝로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선수 중 최장신이었던 전인지는 “올해 김민선(176㎝)이 1부투어로 올라와 키에서 2위가 됐다”며 “신체조건이 좋으면 거리를 내는 데 유리하다고 하지만 작은 선수도 임팩트 능력이 좋으면 거리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키 174.8㎝로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선수 중 최장신이었던 전인지는 “올해 김민선(176㎝)이 1부투어로 올라와 키에서 2위가 됐다”며 “신체조건이 좋으면 거리를 내는 데 유리하다고 하지만 작은 선수도 임팩트 능력이 좋으면 거리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전인지(20·하이트진로)는 지난해 ‘깜짝 스타’였다. 박세리, 신지애의 뒤를 잇는 ‘거물급 루키’로 주목을 받았던 김효주(19·롯데)와 막판까지 치열한 신인상 경쟁을 벌이면서 골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인지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최종전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막판까지 신인상의 향방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전인지 "멘탈 흔들릴 땐 잠시 '멍'하니 딴생각하죠"
실제로 전인지는 지난해 18개 대회에서 4억7113만원을 획득, 상금랭킹 3위를 기록했고 전인지보다 2개 대회를 더 뛴 김효주는 4억6468만원을 벌어 4위에 그쳤다.

전인지는 최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인터뷰를 하고 “동계훈련을 하면서 열심히 치료받고 재활운동도 잘해 몸 상태가 좋아졌다”며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했기 때문에 올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지난해 어깨가 좋지 않은 상태로 계속 대회에 나가다보니 잔 근육들이 손상됐다”며 “크게 문제되지는 않지만 목 디스크 증상도 약간 있다”고 설명했다.

신인상을 놓쳐 아깝지 않느냐고 하자 “아파서 대회를 기권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마지막 대회를 뛰지 못해 주위에서 안타까워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배운 것도 많아 아쉬움은 없다”고 언급했다.

전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기복 없는 기량이었다. 그는 지난해 단 한 번도 커트 탈락을 하지 않았다. 우승 1회와 준우승 3회를 포함해 ‘톱10’에 9차례 들었고 최악의 성적이 공동 33위였을 정도로 전 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2부투어 14개 대회에서도 커트 탈락하지 않았고 ‘톱10’에 9차례 들었다.

꾸준한 플레이의 비결은 뭘까. “많은 분들이 저의 스윙 궤도가 일관성이 있다고 얘기하세요. 골프가 항상 잘될 수는 없지만 흔들릴 때 이를 극복하는 멘탈 훈련을 많이 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멘탈 훈련 비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한참을 생각하다가 “라운드하다 흔들리면 딴생각을 해요. 심호흡을 하고 ‘멍 때린다’고 하듯이 그냥 멍하니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해야 할 것만 생각합니다. ‘이 퍼트를 넣어야 하고 못 넣으면 안 되고’ 하는 것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신경쓰고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죠.”

지난해 71.46타의 평균 타수를 기록한 전인지는 지난 1~2월 두 달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평균 스코어를 70타대로 낮췄다고 한다. “매주 월·화·수 사흘간은 실전처럼 라운드하고 스코어를 기록했어요. 샷 감각이 지난해보다 안 좋고 전지훈련한 골프장(그랜드 사이프러스)이 국내 대회 코스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보기 수를 줄이는 등 스코어 관리 능력이 나아졌죠.”

어떻게 스코어를 낮췄느냐는 질문에 “코스를 공략하면서 확률이 높은 곳을 철저하게 택한 것이 비결”이라고 답했다.

동계훈련에서는 부분적으로 틀어진 스윙을 교정하고 퍼팅, 어프로치샷 등 쇼트게임의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집중했다. “전지훈련을 가기 전 두 달간 클럽을 안 잡았더니 스윙이 약간 변하고 쇼트게임 능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스윙은 항상 틀어지게 마련이라 코치님(박원 J골프 해설위원)이 옆에서 잡아주셨죠.”

올해 목표에 대해서는 “지난해처럼 커트 탈락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이라며 “매 대회 나만의 플레이를 하면서 즐기다보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 본다”고 자신했다.

전인지가 지난해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직후 만들어진 팬카페에는 1100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30대부터 중년층까지 팬들의 연령층이 다양해요. 제가 어깨가 아프다고 하니까 어깨에 좋다는 차를 직접 담가 가져오신 분도 있고 대회 때마다 빵을 들고 와 응원해주시는 부부, 전국의 모든 대회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따라오시는 분 등 기억에 남는 팬이 많습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