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사흘 만에 실·국장 인사를 단행했다. 한은 운영과 관련된 핵심인물을 우선 교체한 것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다.

한은은 3일 이홍철 인천본부장을 기획협력국장으로 앉히는 등 7명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기획협력국 외에 인사경영국, 커뮤니케이션국, 비서실의 실·국장이 한꺼번에 바뀌게 됐다. 총재 가장 가까이에서 경영시스템을 책임지는 핵심부서들이다.

인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원래 정기인사는 오는 8월이지만 이보다 한참 앞서 단행했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김중수 전 총재가 남긴 조직 분위기를 조기에 바꾸고 가겠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 총재는 지난 1일 취임식에서 내부 경영시스템을 시급히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8월 이전에 조기에 소폭이라도 교체하는 방식을 택한 것 같다”며 “8월 이전까지 추가 인사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직의 안정도 중요하다고 이 총재가 평소 밝힌 만큼 대규모 파격인사는 당분간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화정책국과 국제국, 조사국 등 ‘정책 핵심라인’이 인사대상에 오르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한은 내부에서는 긴장하는 표정이 뚜렷하다. 김 전 총재의 조직개편 방향을 비판해온 이 총재는 일부 비효율적인 부분을 되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총재 임기 동안 큰 보직을 받지 못했던 인사들이 핵심으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에 비서실장으로 이동하는 김현기 자본시장팀장, 인사경영국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임형준 통화정책국 부국장은 2급이다. 한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2급이 실·국장으로 이동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나름의 승진인사로도 볼 수 있다”며 “이 총재의 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팀에서 총재와 일찍 보조를 맞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조직의 안정을 해치지 않기 위해 큰 틀은 유지하고 경영 측근만 바꿈으로써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