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4000억원, 1234억원, 876억원….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에서 촬영을 시작한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를 두고 각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경제 또는 문화적 파급효과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이 없다. 또 일부는 틀린 수치고 일부는 상상적 수치다. 공통점이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극심한 교통불편 등의 비용은 감안하지 않은 수치라는 점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주한 ‘어벤져스2 촬영에 따른 산업효과 연구’를 수행한 정헌일 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49·사진)은 3일 “과학적 근거 없이 촬영에 따른 효과 수치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벤져스2 촬영팀이 이번 촬영에 투입하는 돈은 100억~130억원으로 알려졌다. 숙식 및 기타상품 구매 등에 쓰이는 돈이다. 정 위원이 ‘한국은행 산업연관표’(5년마다 갱신)를 토대로 수행한 투입산출모형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생산유발액 251억원, 부가가치유발액 107억원이다. 취업유발 인원은 179명에 촬영 시 직접고용예정인원 120명을 합해 약 300명이다.

어벤져스2 촬영으로 인한 관광객 증가 효과는 따로 계산됐다. 할리우드 영화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뒤 해당 지역에 관광객이 연평균 5.6% 증가했다는 조사결과를 대입해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2년 외국인관광객 수는 1114만명이다. 5.6% 증가를 가정하면 어벤져스2 촬영으로 매년 약 62만명의 신규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다. 이들이 국내에 와서 쓰는 1인당 평균소비액(120만~130만원)에 신규 관광객을 곱한 총지출을 구하고, 한은 산업연관 분석에 따른 부가가치를 계산하면 876억원이 나온다.

문제는 251억원, 107억원, 876억원이 서로 중복된다는 점이다. 정 위원은 “부가가치유발액은 생산유발액에 포함돼 있고, 관광객증가효과 역시 생산유발효과와 겹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세 수치는 더할 수 없고 더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일각에서 경제효과가 1200억원대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관광공사는 서울시 직접 홍보효과가 4000억원이라는 견해를 내놨고, 일각에서는 서울 브랜드가치 제고를 통한 문화적 파급효과가 ‘2조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위원은 “문화영역은 수치로 논하기 쉽지 않다”며 “근거가 없고 말이 안 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