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자격증과 어학 점수 등 이른바 ‘스펙’을 요구하는 관행은 기업 채용문화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취업준비생의 ‘스펙 쌓기’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좋은 일자리’로 통하는 금융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선 ‘스펙쌓기’가 필수적이어서 취업 준비생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취업 준비생들은 실제 업무역량과는 관련 없는 ‘취업용 자격증’ 따기나 ‘점수 높이기식 어학시험’ 응시에 내몰린 지 오래다. 금융회사 실무에 쓸 일이 거의 없는 ‘장롱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내려고 돈과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금융 관련 자격증 62개 중 펀드투자상담사·증권투자상담사·파생상품투자상담사 등은 ‘3종 세트’로 통한다. 3종 세트를 따기 위해 매년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만 10만3000명에 달한다. 정작 금융회사에 들어가면 특정 부서에 배치되지 않는 한 써먹을 일은 거의 없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금융회사가 채용하는 신규 인력 중 민간자격증 소지자를 뽑아야 하는 수요는 전체의 3.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학 성적도 마찬가지다. 토익, 토플 점수를 올리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은 적지 않은 돈을 학원에 쏟아붓고 있다. 대부분 금융회사에서 어학 점수 기재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구직자 한 사람당 어학시험 응시에 쓰는 돈만 연간 38만원이 넘는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