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무인기 '연료부족' 추락…사진 송신 여부 등 논란 확산
백령도에서 지난달 31일 추락한 무인기도 24일 발견된 무인기와 마찬가지로 북한으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고 국방부가 3일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사진이 전송됐는지 여부와 북한이 무인기를 내려보낸 목적 등에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 인근을 지그재그로 비행하다 연료 부족으로 추락했다”며 “니콘 D800 카메라가 장착돼 고도 1.4㎞, 시속 120㎞ 정도로 날며 대청도와 소청도 일대 사진 100여장을 찍었지만 북으로 사진을 전송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무인기는 근거리 원격 조종용 통신장치가 있었고 이륙 후에는 미리 입력한 위성항법장치(GPS) 좌표에 따라 자동 조종되는 방식으로 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파주 무인기에는 0.9㎓ 주파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송수신 장치가 장착됐지만 사진 전송용이 아니라 무인기 조종을 위한 용도로 파악된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카메라와 송수신 장치를 연결하기만 하면 적외선 열영상정보 등 특수 용도가 아닌 일반 사진은 충분히 전송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파주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기가 찍은 은평 뉴타운.
파주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기가 찍은 은평 뉴타운.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도 사진과 저화질 영상 등을 보낼 수 있는 만큼 수 메가바이트(MB)급 사진 정도는 기본 회로만 장착하더라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군이 2012년 조기경보 통제기(피스아이) 등 최신예 감시장비를 도입했지만 무인기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군용 레이더 제작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레이더에는 새 등을 탐지하는 걸 막는 클러터(잡상) 제거 기술이 적용돼 있어 소형 물체를 모두 식별하기 쉽지 않다”며 “이번 무인기와 같은 1㎡급 비행체를 식별하도록 개조하는 것은 비용만 들이면 할 수 있지만 세밀한 정보를 분석하고 확인하려면 인력과 시간이 더 든다”고 말했다.

북한이 무인기를 날려보낸 목적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두 무인기는 기본적으로 정찰활동을 했지만 우리 측 방공망 시험용, 테러활동을 위한 실험용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백령도와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가 찍은 사진 여섯 장을 공개했다. 사진을 찍은 고도가 1㎞ 이상이라 군사 영상정보(IMINT)로서의 가치는 낮다는 평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무인기 촬영사진은 물체 식별능력이 구글어스 영상보다 떨어지고 해상도는 네이버나 다음의 위성사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