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그룹이 첨단 합성섬유 아라미드(Aramid)를 둘러싼 미국 화학회사 듀폰과의 1조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



패소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승소함에 따라 부담이 컸던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승소가 확정되면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신성장 동력으로서 아라미드 사업을 추진하게 돼 그룹 경영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은 3일(현지시간) 듀폰이 아라미드와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듀폰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깨고 재심을 명령했다.



1심에서 코오롱 측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판결이 내려져 재심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사건은 1심을 맡았던 버지니아주 동부법원으로 다시 넘어가 새로 구성된 재판부가 심리하게 된다.



코오롱 관계자는 "1심에서 코오롱에 유리한 증거와 증언이 불공정하게 배제됐다는 우리 측 주장을 받아들인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향후 재심에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사의 분쟁은 듀폰과 일본 화학회사 데이진이 양분하고 있던 아라미드 시장에 2005년 코오롱이 뛰어들면서 촉발됐다.



듀폰은 퇴사한 자사 엔지니어를 코오롱이 고용해 자사의 아라미드 섬유에 관한 영업비밀을 빼냈다며 2009년 2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코오롱도 2009년 4월 듀폰을 상대로 아라미드 섬유 시장 독점금지 소송을 냈다. 이후 5년째 법정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아라미드는 경찰과 군인의 방탄복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초강력 합성섬유로,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나 강도가 높고 열과 화학약품에 대한 내성도 강하다.



듀폰이 197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케블라`라는 브랜드로 생산하고 있으며, 데이진은 `트와론`, 코오롱은 `헤라크론`이란 이름으로 제품화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을 기초로 2011년 11월 코오롱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 손해배상금으로 9억1천990만달러(약 1조12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2012년 8월 코오롱의 `헤라크론`에 대해 20년간 생산·판매금지 명령을 내렸으며, 올해 2월에는 소송으로 발생한 듀폰의 변호사 비용을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내렸다.



코오롱은 1심 주요 쟁점사항에서 모두 지면서 사실상 참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이를 무효화해 전세를 역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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