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단 한번도 넘어서지 못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7조 원(유가+코스닥시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7개월 만에 뭉칫돈이 다시 증시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거래대금은 6조90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하루 거래대금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그간 한국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3~5조 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돈맥경화 증시'로 불린 이유다.

지난 연말엔 하루 거래금액이 3조9646억 원으로 쪼그라들기도 했다. 5년 전인 2008년 12월말(3조4949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지난 1월부터 5~6조 원을 넘긴 거래대금은 7개월 만에 7조 원대를 회복하기 직전이다.

냉랭했던 증시에 온기를 넣은 주인공은 바로 외국인이다. 이들의 '바이 코리아' 기조는 지난달 중순 1910선까지 고꾸라지던 코스피지수를 단숨에 2000선으로 끌어올렸다.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급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은 지난 달 말부터 매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사자'를 외치고 있고, 전날까지 일주일 동안 1조8700억 원 어치 한국 주식을 쓸어담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신흥국에서 잇따라 빠진 글로벌 자금이 발길을 돌려 되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정민 KDB대우증권은 "중국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호주 달러화가 중국발 신용리스크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는 바로 외국인들의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급격히 개선됐다는 뜻"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지난 달부터 호주 달러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3.6% 절상됐다. 콜롬비아 페소(4.2%)와 터키 리라(3.8%) 등도 가치가 올랐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큰 데다 중국과 유럽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높아서다.

신용잔고도 늘고 있다. 신용잔고는 지난해 말 4조1937억 원에서 전날 4조7014억 원으로 불어났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치를 보여주는 증거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용잔고 증가는 개인 비중 및 시가총액 회전율 상승으로 이어져 거래대금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