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8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될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오는 7월 1~8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될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를 가장 많이 공연하는 나라에서 ‘셰익스피어 탄생 450 주년’을 기념하면서 개념이나 슬로건이 없어요. 큰 극장에서 하는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하니까 개성이 없는 거예요. 셰익스피어니까 한다는 거죠.”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최근 열린 ‘셰익스피어 문화축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쓴소리’를 했다. 꼭 집어 얘기하진 않았지만 국립극단이 명동예술극장, 국립극장과 손잡고 하는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겨냥한 듯했다. 뿐만 아니다. 곳곳에서 올려지는 셰익스피어 공연에 ‘450주년 기념’이란 타이틀이 붙는다. ‘450주년’이 아니더라도 했을 만한 공연이 대부분이다. 단순한 ‘숫자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 이윤택 예술감독이 준비한 프로젝트는 뭐가 다를까.

셰익스피어 학회(회장 박정근 대진대 영문과 교수)와 연희단거리패, 골목길, 여행자 등 민간 극단들이 이달부터 오는 9월 말까지 서울 충무아트홀과 대학로 게릴라극장, 밀양 연극촌 등에서 연극 공연과 학술 세미나,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축제 등이 어우러지는 대규모 셰익스피어 문화축전을 연다. 참여 단체와 연출가, 공연 횟수 등에서 올해 열리는 셰익스피어 관련 행사 중 가장 크다.

박정근 회장과 함께 공동 추진위원장을 맡은 이윤택 예술감독은 “축제의 개념은 컨템퍼러리, 즉 동시대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예술가들이 셰익스피어의 영감과 젖줄을 받아먹고 만든 작품과 ‘기국서 형님’과 같은 대가가 동시대성을 강조해 만든 작품 등을 나눠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먼저 오른다.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이채경 각색·연출, 4~27일), ‘늙은 소년들의 왕국’(오세혁 극작·연출, 5월1~18일),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백하룡 극작·연출, 5월22일~6월11일), ‘레이디 맥베스’(오카노 이타루 극작·연출, 6월14~18일) 등이 ‘셰익스피어의 자식들’이란 이름으로 게릴라극장에서 연이어 공연된다.

이어 기국서 이윤택 박근형 양정웅 등 내로라하는 극작·연출가가 만드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동시대 연극’이란 타이틀로 올려진다. 양정웅과 극단 여행자는 올초 서강대 메리홀에서 초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충무아트홀(7월1~8일)에서, 박근형과 극단 골목길도 같은 작품을 각색해 게릴라극장(7월9~27일)에서 각각 올린다. 이번 축전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공연은 기국서가 쓰고 이윤택이 연출하는 ‘미친 리어 2’(7월12~20일, 충무아트홀)다. 40여년간 리어왕 역을 한 노배우와 평생 광대역으로 살아온 노배우가 만나는 이야기다. 셰익스피어 37개 작품을 97분 길이의 연극으로 재구성한 알렉시스 부크 연출의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6월20~28일, 충무아트홀)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문화축전은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 등이 공연되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8월 예정)와 충무아트홀에서 9월23~28일 열리는 ‘대학생 원어연극제’ ‘낭송연극제’ ‘시민연극제’ 등으로 이어진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