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콜리 알리안츠자산운용 회장은 “한국 금융회사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인재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엘리자베스 콜리 알리안츠자산운용 회장은 “한국 금융회사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인재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뒤죽박죽 규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성공하려면 규제를 남발할 게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칙을 만드는 게 관건이죠.”

엘리자베스 콜리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58)는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강조했다.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규제를 신설할 수 있지만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집행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독일계인 알리안츠운용은 자산 규모 3450억유로(약 500조원)의 글로벌 금융사다.

콜리 회장은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면 그 나라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는 첫 투자를 결정할 때부터 일관성 있는 규제 철학이 있는지 꼭 따져본다”고 했다. 영국에서 금융규제와 관련된 다수의 정부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에는 반대한다”면서도 “금융은 업권별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콜리 회장은 “유럽에선 런던뿐만 아니라 파리와 프랑크푸르트가 금융허브를 놓고 경쟁하는 구조”라며 “인적자원이 우수한 서울 역시 홍콩 싱가포르에 뒤질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금융사가 현지 시장에 안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콜리 회장은 “사람에게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진출하려는 나라의 시장 환경과 문화 등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는 성급하게 문을 두드려서는 안 된다”며 “현지 시장에 정통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리안츠운용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9곳에 현지 법인 및 지점을 두고 있다.

콜리 회장은 올해 세계 경제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차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닌 만큼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데는 신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만 보더라도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통해서라도 경기 진작에 나설 것”이라며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띠면 글로벌 수출 강국인 한국이 대표적인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콜리 회장은 “한국 내 공적·사적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증시에 추가 자금 유입이 예상되고 있다”며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에선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순환)’ 현실화 가능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채권에서 빠진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면 증시의 대세 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상돼서다. 콜리 회장은 “자산이 어느 정도 주식으로 이동하겠지만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언급할 만큼 뚜렷한 모습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추가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고배당 주식형 펀드와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 인프라 펀드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콜리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한 ‘통일은 대박’이란 표현에 공감을 표시했다. 독일 사례를 볼 때 남·북한 통일이 한국 경제에 큰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통일 후 남한에 저렴한 노동력이 유입되고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이 엄청난 이익을 향유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독일처럼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과 여론 통합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추리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콜리 회장에게 “일과 소설쓰기를 병행할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골프를 안 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CEO와 달리 주말에 골프 대신 집필 활동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콜리 회장은 영향력 있는 세계여성 19위

1956년 영국에서 태어나 금융인으로 자수성가한 인물. 실무를 먼저 익히겠다며 작은 신발가게 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5년 회계법인 쿠퍼스&라이브랜드(현 PwC)에서 파트너로 일하며 런던 금융계에 이름을 알렸다. 1993년 머큐리자산운용(현 메릴린치)에서 해외시장 담당 책임자로 일하다 2005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면서 알리안츠에 합류했다. 작년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50인’(19위)에 뽑혔다.

조재길/황정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