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원 삼척시 청옥산 줄기 해발 940m 지점에서 발견된 북한제 추정 무인항공기 모습. 국방부 제공
6일 강원 삼척시 청옥산 줄기 해발 940m 지점에서 발견된 북한제 추정 무인항공기 모습. 국방부 제공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항공기 한 대가 강원 삼척의 야산에서 추락한 채 6일 발견됐다.

서해 백령도와 경기 파주에 이은 것으로 북한이 대규모로 무인기를 운용, 우리 영토 곳곳을 정찰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무인기는 지난해 10월 민간인이 최초 발견한 것으로 드러나, 방공망을 허술하게 운용해온 군에 대한 비판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예상보다 작전 반경 훨씬 넓어


삼척서도 北무인기…방공망 다 뚫렸다
장혁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원 삼척시 하장면 청옥산 줄기 해발 940m 지점에서 추락한 무인기 한 대를 발견했다”며 “파주에서 지난달 26일 발견된 무인기와 외형이 동일하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번 무인기도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공 용의점, 기술 수준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군이 삼척 무인기를 파주, 백령도 무인기가 발견된 지점보다 훨씬 남쪽인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130㎞ 지점에서 찾았다고 밝힘에 따라 당초 알려진 것보다 무인기의 작전 반경이 넓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장 기획관은 “삼척 지역에서 약초를 캐는 이모씨(53) 등 3명의 주민이 지난 3일 ‘작년 10월 야산에 추락한 무인기를 봤다’고 신고해와 군 당국과의 공동 수색 끝에 기체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작년 산행 중에 기체를 목격했지만 당시에는 별것 아니라고 여기다 최근 북한 무인기 발견 보도를 접한 뒤 최초 발견 때 휴대폰으로 촬영한 무인기 사진을 군 당국에 제시하며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신고 후 사흘 만인 이날 새벽 목격 장소인 야산에 수색조를 투입해 오전 11시40분께 무인기 동체를 찾아냈다. 동체 길이는 1.22m, 날개폭 1.93m, 중량 15㎏으로 파주 무인기와 유사했지만 ‘구름무늬’ 위장 도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 무인기와 같은 카메라 장착용 홈도 있었다. 군 관계자는 “신고자가 낙하산이 펴져 칡넝쿨에 걸려 있는 무인기를 발견했고 장착된 일제 캐논 카메라를 입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고장이 난 카메라 몸체는 버리고, 메모리카드만 빼내 개인 용도로 사용해와 메모리카드를 수거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삼척, 군 요충지…오늘 지휘관회의

군은 북한이 북한 지역에서 동해안 상공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군 시설 등을 정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척 인근 축선은 북한군의 특수부대와 남파 간첩의 해안 침투를 저지하는 해안부대를 비롯한 육상부대가 많은 동부전선의 요충 지역이다.

신고자는 메모리카드에 담긴 사진을 삭제하기 전에 해안선과 삼척 동정호 일대가 찍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북 울진의 원자력 발전소 전경이나 원전 경계부대 막사 등도 촬영할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동해안 일대에는 해안 초소와 울진 핵발전소 등 중요 보안시설이 있다”며 “메모리카드 복원 결과 등을 봐야 무인기의 구체적인 동선과 최대 어디까지 남하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무인기가 추락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약초를 채취하는 심마니의 뒤늦은 신고가 있기 전까지 관련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방공망이 뚫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무인기 발견 사태를 ‘새로운 군사적 위협’으로 평가하고 7일부터 전 부대를 대상으로 동시 수색 및 정찰 작전을 실시하기로 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7일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를 열고 무인기 위협에 대한 종합대책을 의논하기로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