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율 씨의 ‘순환의 여행 방주와 강목사이’.
차기율 씨의 ‘순환의 여행 방주와 강목사이’.
“그림 안에 다양한 풍경을 숨겨 놓았어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작품 안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우리가 아는 세상은 전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서울 합정동 LIG아트스페이스에서 다음달 2일까지 전시되는 ‘두 가지 현상’은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는 명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낸 전시다. 6명의 참여 작가 중 한지석 씨는 지난 3일 전시 개막 행사에서 물감을 겹겹이 덧칠하고 흩뿌리고 떨어뜨린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씨를 비롯해 강영민, 김도균, 이소정, 제여란, 차기율 등 6명의 작가는 ‘두 가지 현상’이란 주제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점으로 보여준다.

강씨는 한 여인을 찍은 사진을 40여개의 PVC 파이프에 일일이 붙이고 전체 파이프를 모아 하나의 얼굴이 나오도록 작품을 배치했다. ‘힐렐로바의 얼굴들’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이미지는 새롭게 태어난다.

김씨의 작품에선 익숙한 장소가 낯선 공간으로 변한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패션브랜드 ‘미소니’ 매장의 전등을 30분간 촬영한 ‘sf.Sel-10’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한지와 수묵을 이용한 이씨의 작품은 지금은 소실되거나 잊혀진 이미지를 재현해 낸다. ‘그 시각’ ‘그 문제’ 등의 작품 안에는 작품 제목을 상징하는 그림이 동양의 정서를 머금고 담겨 있다.

제씨의 작품 ‘usquam nusquam’(어디든, 어디도 아닌)을 보면 처음부터 과감한 표현 방식과 질감에 압도된다. 직접 고안한 도구로 물감이 채 마르기도 전에 다른 이미지를 쌓아 올린 그의 작품 속엔 새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차씨는 ‘문명과 자연의 화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는 200m가 넘는 포도나무를 이어 세계와 세계가 끊임없이 연속되고 순환함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나를 있게 한 시공간의 기억을 연결해간다.

LIG아트스페이스는 LIG손해보험이 임직원 및 일반 관람객을 위해 2012년 만든 예술공간이다. 연중 8~10차례의 기획전시를 마련해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 작품 등을 소개하고 있다. 관람은 무료. (02)331-0008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