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현대重 '공모형 산학협력' 파격 실험 "인맥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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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 교수 사상 첫 '경쟁 선발'
관행 깨고 신진 교수에 기회
연구과제 배분 방식서 탈피…12개 과제 경쟁률 최고 6대 1
기업·대학 '윈-윈' 모델
현장밀착형 R&D 등 성과…他대학·中企로 확산 '주목'
관행 깨고 신진 교수에 기회
연구과제 배분 방식서 탈피…12개 과제 경쟁률 최고 6대 1
기업·대학 '윈-윈' 모델
현장밀착형 R&D 등 성과…他대학·中企로 확산 '주목'
현대중공업과 서울대 공대가 완전경쟁으로 연구교수를 선발하는 새로운 산학협력 실험에 나서 주목된다. 인맥 중심으로 산학협력 연구과제가 배분되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공개모집 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한 것. 기업은 적합한 연구자를 찾아내고, 대학은 다양한 분야 교수들에게 더 많은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윈-윈’의 산학협력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모제 도입…기업·대학 ‘윈-윈’
지난달 28일 서울대 공대와 현대중공업은 ‘2014 산학협력 협약식 및 연구과제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공모형 과제연구’에 대한 중간 발표가 이뤄졌다. 행사에 참석한 박진수 현대중공업 전무 등은 만족감을 표시하며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공모형 산학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대영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원 상무는 “이번 공모제 도입으로 각 분야에서 숨어 있던 역량 있는 교수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창희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부학장은 “기업이 원하는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분이라면 누구나 경쟁을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대중공업과 서울대 공대가 산학협력 혁신을 위해 의기투합한 건 작년 9월. 현대중공업이 조선해양·기계·재료·전기·컴퓨터·화학공학 등을 망라한 12건의 연구과제 목록을 연구제안서(RFP) 형태로 일괄 제시하자 학교 측은 바로 모든 교수들에게 이를 공개해 관심 분야에 신청토록 했다.
그동안 산학협력이 기업 사업부 및 연구소와 친분 있는 교수 간 1 대 1로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었다.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KAIST 관계자들은 “기업이 특정대학에 과제를 공모로 제시해 교수 간 경쟁이 벌어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투명한 공모가 이뤄지자 교수 간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12개 과제의 평균 경쟁률은 2 대 1을 넘었고, 현대중공업이 3대 미래기술 과제(기반·생산·미래)로 제시한 분야의 경쟁률은 3 대 1이었다. 기계공학 관련 유망 과제엔 6명의 교수가 몰리기도 했다.
○능력있는 교수에 기회
현대중공업과 서울대가 공모제를 도입한 이유는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해온 산학협력으로는 기술이 갈수록 융합되는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조선해양을 주력으로 삼아온 현대중공업은 에너지·환경·전기전자 관련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또 무선통신 기술 등을 현장에 접목시켜 작업을 효율화하는 연구개발에도 관심이 높다.
김대영 상무는 “두 차례 워크숍을 열어 모든 지원자의 발표를 들은 뒤 역량과 비용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연구자를 선정했다”며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장밀착형’ 연구가 많아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모제 도입은 법인화 이후 산학협력 확대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서울대에도 ‘자극제’가 됐다. 우선 현대중공업과 그동안 교류하지 못했지만, 탁월한 연구능력을 갖춘 신진 교수들에게 참여의 길이 열렸다. 공모제 도입 여파로 2013년 12개였던 산학협력 과제 수주 건수는 올해 25개로 급증했다.
이창희 연구부학장은 “기업 연구소에 제자가 없는 신진 교수들은 제자를 키워 기업으로 보내기 전까지는 산학협력 연구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공모제로 학내 연구 풍토에도 활력을 불어 넣었다”고 자평했다. 스마트태그를 활용한 인력 및 자원관리기술개발 연구를 맡게 된 이정우 전기공학부 교수는 “기술이 현장에 실제로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지 흥미롭다”며 “앞으로 사물통신(M2M)·사물인터넷(IoT) 기술 개발의 발판이 될 좋은 연구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공모제 도입…기업·대학 ‘윈-윈’
지난달 28일 서울대 공대와 현대중공업은 ‘2014 산학협력 협약식 및 연구과제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공모형 과제연구’에 대한 중간 발표가 이뤄졌다. 행사에 참석한 박진수 현대중공업 전무 등은 만족감을 표시하며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공모형 산학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대영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원 상무는 “이번 공모제 도입으로 각 분야에서 숨어 있던 역량 있는 교수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창희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부학장은 “기업이 원하는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분이라면 누구나 경쟁을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대중공업과 서울대 공대가 산학협력 혁신을 위해 의기투합한 건 작년 9월. 현대중공업이 조선해양·기계·재료·전기·컴퓨터·화학공학 등을 망라한 12건의 연구과제 목록을 연구제안서(RFP) 형태로 일괄 제시하자 학교 측은 바로 모든 교수들에게 이를 공개해 관심 분야에 신청토록 했다.
그동안 산학협력이 기업 사업부 및 연구소와 친분 있는 교수 간 1 대 1로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었다.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KAIST 관계자들은 “기업이 특정대학에 과제를 공모로 제시해 교수 간 경쟁이 벌어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투명한 공모가 이뤄지자 교수 간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12개 과제의 평균 경쟁률은 2 대 1을 넘었고, 현대중공업이 3대 미래기술 과제(기반·생산·미래)로 제시한 분야의 경쟁률은 3 대 1이었다. 기계공학 관련 유망 과제엔 6명의 교수가 몰리기도 했다.
○능력있는 교수에 기회
현대중공업과 서울대가 공모제를 도입한 이유는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해온 산학협력으로는 기술이 갈수록 융합되는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조선해양을 주력으로 삼아온 현대중공업은 에너지·환경·전기전자 관련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또 무선통신 기술 등을 현장에 접목시켜 작업을 효율화하는 연구개발에도 관심이 높다.
김대영 상무는 “두 차례 워크숍을 열어 모든 지원자의 발표를 들은 뒤 역량과 비용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연구자를 선정했다”며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장밀착형’ 연구가 많아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모제 도입은 법인화 이후 산학협력 확대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서울대에도 ‘자극제’가 됐다. 우선 현대중공업과 그동안 교류하지 못했지만, 탁월한 연구능력을 갖춘 신진 교수들에게 참여의 길이 열렸다. 공모제 도입 여파로 2013년 12개였던 산학협력 과제 수주 건수는 올해 25개로 급증했다.
이창희 연구부학장은 “기업 연구소에 제자가 없는 신진 교수들은 제자를 키워 기업으로 보내기 전까지는 산학협력 연구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공모제로 학내 연구 풍토에도 활력을 불어 넣었다”고 자평했다. 스마트태그를 활용한 인력 및 자원관리기술개발 연구를 맡게 된 이정우 전기공학부 교수는 “기술이 현장에 실제로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지 흥미롭다”며 “앞으로 사물통신(M2M)·사물인터넷(IoT) 기술 개발의 발판이 될 좋은 연구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