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덕산하이메탈 회장(가운데)이 울산 본사 공장 실험실에서 연구직원들과 함께 하반기 출시 예정인 솔더 접착성 소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덕산하이메탈 제공
이준호 덕산하이메탈 회장(가운데)이 울산 본사 공장 실험실에서 연구직원들과 함께 하반기 출시 예정인 솔더 접착성 소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덕산하이메탈 제공
울산 북구 효문산업단지에 있는 덕산하이메탈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솔더볼(solder ball)을 만드는 업체다. 솔더볼은 반도체를 패키징할 때 반도체 칩과 전자회로기판(PCB)을 연결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공 모양의 초정밀 부품이다.

덕산하이메탈 "직원 30%가 R&D…보유특허 400개"
덕산하이메탈이 만드는 솔더볼은 정확한 크기와 높은 구형도를 갖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반도체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는 일본의 ‘센주 메탈’에 이어 2위권이다.

○초당 2만개 이상 생산

덕산하이메탈은 1999년 창업 시 3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1243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솔더볼 등 반도체 접착 소재 분야에서 605억원, 스마트폰 등의 화면으로 쓰이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 6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생산하는 솔더볼은 100~200㎛(1㎛는 100만분의 1m)부터 30~70㎛까지 다양하다. 주석 등 합금에 열을 가한 뒤 특수 공정을 거쳐 초당 2만개 이상 생산한다.

이준호 덕산하이메탈 회장은 “숱한 좌절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소재 분야 한우물만 파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출원 중인 특허만 100여건

이 회장은 “직원 258명 가운데 80명이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며 “창업 초기부터 매출의 평균 10%를 연구개발비에 썼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가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2008년 국내 전자업계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정공층을 국산화한다며 100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매출이 226억원에 불과했던 당시로써는 무모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OLED 화면을 채택한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회사는 2011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빠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 15년간 확보한 특허만 400여건, 현재 출원 중인 것도 100건을 넘는다.

회사는 이 같은 연구개발 노력 덕분에 솔더볼에 이은 고밀도 솔더 접착성 소재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그동안 국내 전자업계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것으로 국내 시장 규모만 약 3000억원에 이른다.

○“연구개발이 유일한 생존전략”

이 회장은 차세대 OLED TV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 주목하며 이 분야 연구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및 태양전지용 소재 개발에 나섰다.

이 회장은 “미래 발전인자를 찾지 못하면 영광은 잠시일 뿐”이라며 “소재산업에서는 연구개발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직원 모두에게 우리사주를 액면가에 배정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