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김덕중 국세청장 "以聽得心…납세자 마음 헤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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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CEO' 24시
세무조사 '기업피로' 달래기
先경제 활력-後세수 확보
세무현장·기업인 자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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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경제 활력-後세수 확보
세무현장·기업인 자주 찾아
“500억원 미만 중소법인의 세무조사를 축소하고 법인세 사후검증 건수는 최대 40%까지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김덕중 국세청장(사진)이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올해 세무조사 건수 및 기간 축소, 사후검증 대폭 감축 등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 하지만 국세청장으로서 세수목표를 채워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김 청장은 요즘 약속 이행과 부진한 세수 사이에서 남모를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게 내부 간부들의 전언이다.
실제 김 청장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의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21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세수실적(201조9000억원)보다 14조6000억원이나 많다. 지난해에도 국세청은 국세 세입 예산(210조4000억원)에 비해 8조5000억원이나 적은 201조9000억원을 걷는 데 그쳤다. 게다가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주요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법인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청장은 간부와 직원들에게 이런 고민을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국세청의 최우선 업무는 경제회복의 온기가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도록 성실납세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 삼성, 역삼 세무서와 고객만족센터가 있는 강남합동청사에서였다. “납세자의 민원을 잘 새겨듣고 불평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김 청장은 이를 ‘이청득심(以聽得心)’으로 표현하고 있다. 납세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려움을 헤아리는 것이야말로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이다.
김 청장의 이 같은 뜻은 지난달 26일 시흥세무서와 중부청, 국세공무원교육원 방문 때도 되풀이 강조됐다.
김 청장은 내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납세자와의 대화도 자주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중소기업인과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오는 10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외부 노출을 꺼려온 역대 국세청장의 통상적인 행보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김 청장이 올 들어 세무조사 강도를 낮추기로 결정한 또 하나의 이유는 실효성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세수 확보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고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폭 강화했지만 정작 세수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경기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른바 ‘노력세수’만으론 나라 살림이 필요로 하는 세수를 걷을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것.
오히려 이 와중에 불필요한 잡음만 나왔다는 것이 김 청장의 판단이다. 내부 직원들은 매월 세수목표에 쫓기는 스트레스를 받고, 외부에서는 세무조사 때문에 힘들다는 아우성과 세금 추징에 반발하는 소송이 부쩍 늘어났다. “정상적인 세무조사마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무리한 조사라는 식으로 비쳐지면서 조사가 더 힘들어졌다”는 직원들의 호소도 잦아졌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켜본 김 청장은 단기 세수목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납세자의 편의를 돌보면서 국가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세정을 전환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세무현장과 기업인들을 계속 찾고 있는 이유도 세정전환 방향을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각 경제주체가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김덕중 국세청장(사진)이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올해 세무조사 건수 및 기간 축소, 사후검증 대폭 감축 등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 하지만 국세청장으로서 세수목표를 채워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김 청장은 요즘 약속 이행과 부진한 세수 사이에서 남모를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게 내부 간부들의 전언이다.
실제 김 청장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의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21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세수실적(201조9000억원)보다 14조6000억원이나 많다. 지난해에도 국세청은 국세 세입 예산(210조4000억원)에 비해 8조5000억원이나 적은 201조9000억원을 걷는 데 그쳤다. 게다가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주요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법인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청장은 간부와 직원들에게 이런 고민을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국세청의 최우선 업무는 경제회복의 온기가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도록 성실납세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 삼성, 역삼 세무서와 고객만족센터가 있는 강남합동청사에서였다. “납세자의 민원을 잘 새겨듣고 불평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김 청장은 이를 ‘이청득심(以聽得心)’으로 표현하고 있다. 납세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려움을 헤아리는 것이야말로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이다.
김 청장의 이 같은 뜻은 지난달 26일 시흥세무서와 중부청, 국세공무원교육원 방문 때도 되풀이 강조됐다.
김 청장은 내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납세자와의 대화도 자주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중소기업인과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오는 10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외부 노출을 꺼려온 역대 국세청장의 통상적인 행보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김 청장이 올 들어 세무조사 강도를 낮추기로 결정한 또 하나의 이유는 실효성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세수 확보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고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폭 강화했지만 정작 세수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경기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른바 ‘노력세수’만으론 나라 살림이 필요로 하는 세수를 걷을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것.
오히려 이 와중에 불필요한 잡음만 나왔다는 것이 김 청장의 판단이다. 내부 직원들은 매월 세수목표에 쫓기는 스트레스를 받고, 외부에서는 세무조사 때문에 힘들다는 아우성과 세금 추징에 반발하는 소송이 부쩍 늘어났다. “정상적인 세무조사마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무리한 조사라는 식으로 비쳐지면서 조사가 더 힘들어졌다”는 직원들의 호소도 잦아졌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켜본 김 청장은 단기 세수목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납세자의 편의를 돌보면서 국가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세정을 전환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세무현장과 기업인들을 계속 찾고 있는 이유도 세정전환 방향을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각 경제주체가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