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 좋아져도 대기자 많아 치료 그만두는 현실
어린이병원들 100% 적자
설비·인력 많이 들어 병원들 어린이병동 건립 꺼려
체계적 의료전달시스템 미비로 장애진료 1~2년씩 미뤄져
낮은 수익성에 어린이병원은 적자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병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개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대·부산대·강원대·경북대·전북대 어린이병원 및 서울시립어린이병원 등 국·공립 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민간 병원은 어린이전문병원이 아닌 확대된 소아과병원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민간 병원 중 어린이전문병원은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서울아산소아청소년병원, 서울 소화아동병원, 보바스어린이병원 등 네 곳에 불과하다. 이들 병원마저도 대부분 비(非)장애 어린이를 대상으로 치료하고 있다. 장애 어린이의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하는 병원은 보바스어린이병원 한 곳뿐이다.
국내 어린이병원은 100% 적자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어린이병원에서만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민간 병원도 매년 최소 10억원 이상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비용은 많이 드는 데 비해 수익은 적은 ‘고비용 저수가’ 탓이다. 성인과 달리 치료하는 데 손이 많이 가는 어린이병원 특성상 재활치료사 한 명이 하루에 돌볼 수 있는 장애 어린이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성인의 경우 재활치료사 한 명당 하루에 20명 이상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성인과 어린이의 의료수가는 똑같지만 어린이는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인원이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보니 수익이 절반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보바스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보바스기념병원의 손성곤 원장은 “장애 어린이들을 치료할 경우 치료시간 30분뿐 아니라 앞뒤로 한 시간 정도가 더 걸린다”며 “숙련된 재활치료사가 휴식시간 없이 온종일 일해야 인건비가 나오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신체성장과 정서적 발달을 모두 감안해야 하는 만큼 원내 학교, 별도 놀이 공간 등 시설 투자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민간 병원들이 어린이병동 건립을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부분의 어린이병원은 입원병동 운영을 아예 포기하거나 운영하더라도 입원 기간을 2~3개월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다.
체계적 의료전달 시스템 미비
장애 정도에 따른 체계적인 의료전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1~2년간 진료가 미뤄지는 이유다. 방문석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전 국립재활원장)는 “장애가 심한 중증 장애인 위주로 입원병동이 운영돼야 하는데도 외래 진료만으로도 충분한 경증 장애인들이 입원하면서 대기자 수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자녀들에게 치료를 더 많이 받게 하려는 부모의 요청 때문에 불필요한 재활치료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정작 재활치료가 절실한 장애 어린이들의 진료가 늦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서울 등 수도권에 어린이병원이 몰려 있다는 점도 장애 어린이 치료 기간을 늦추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에 각각 네 개와 다섯 개의 어린이병원이 있는 데 비해 인천, 충남, 제주엔 단 한 곳도 없다. 대전, 경기, 강원 지역은 한 곳에 불과하다. 지방에 거주하는 장애 어린이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대도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손 원장은 “재활의학 분야에선 어린이들이 집에서 생활하면서 외래치료를 받는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며 “지방의 열악한 병원 인프라 탓에 입원병동 대기자 수가 몰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경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