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입법으로 발의된 페이고 법안이 줄줄이 사장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제안한 페이고 법안은 발의한 지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상임위에서조차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페이고(pay-go)는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법률에 대해 재원 조달 방안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페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의원 입법만도 3건, 정부 입법이 3건 제출돼 있지만 약속이나 한듯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페이고 법안이 도입되면 자신의 권한이 축소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고 한다.

예산 문제는 내가 알 바 아니라는 무책임의 극치요 후안무치다. 문제는 계산없이 쏟아내는 의원입법이 홍수라는 것이다. 19대 들어서도 의원입법은 더욱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회기 시작 2년이 채 되지 않아 1만건의 의원입법이 쏟아졌다. 벌써 18대 총 의원입법 건수 1만2220건에 다가선다. 대부분이 부실법안이요 졸속법안이며 표절과 중복법안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더구나 의원입법의 절반이 예산이 수반되는 법안으로 분석되고 있다. 포퓰리즘 선거 공약이 대부분이다. 이미 6월 지방선거에서도 무상버스나 100원 택시 등 재원대책이 전혀 없는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다.

가뜩이나 국가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마당이다. 그것도 정부가 재량으로 가감할 수도 없는 의무지출만 늘고 있다. 올해 국가예산에서 의무지출은 전체의 47.2%다. 2007년부터 연평균 증가율이 8.5%나 된다. 의무 지출은 대부분 복지나 보상 등 선심성 공약과 관련있는 것들이다. 의원입법이 늘수록 의무지출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미국에서는 2002년에 일시 페이고 제도를 폐지했다가 재정적자가 늘어나자 2010년부터 이 제도를 영구화했다.

이번 국회에서 페이고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6월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니라면 미국처럼 국가부채 상한이라도 두어야 한다. 책임질 수 없다면 법안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