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손 뗀 의왕 쇼핑몰, 롯데 품으로
신세계가 부지 매입을 추진했던 경기 의왕시 백운지식문화밸리에 롯데쇼핑이 복합쇼핑몰을 낸다. 두 기업은 파주 아울렛 부지와 인천터미널에 이어 세 번째로 사업 부지를 놓고 맞붙은 형국이 됐다.

롯데쇼핑은 의왕백운 프로젝트 금융투자주식회사와 백운지식문화밸리 내 복합쇼핑몰 부지 매입 약정을 체결했다고 7일 발표했다. 롯데쇼핑은 총 95만5000㎡인 백운지식문화밸리 부지 중 10만4000㎡를 사들였다. 2017년까지 총 4000억원을 투자해 아울렛, 극장, 어린이 테마파크, 식당 등이 들어서는 복합쇼핑몰을 지을 계획이다. 복합쇼핑몰 영업면적은 6만6000㎡로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영플라자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 부지는 당초 신세계가 복합쇼핑몰 출점을 추진하던 곳이다. 신세계는 2012년 7월 의왕시와 ‘백운지식문화밸리 복합쇼핑몰 건립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고 협의를 진행해왔다.

양측의 이해가 어긋난 것은 의왕시가 지난해 초 백운지식문화밸리 개발사업자인 누토컨소시엄을 위한 금융권 지급보증을 신세계 측에 요구하면서부터다. 신세계는 자금 조달 능력이 의심스러운 개발사업자를 위해 지급보증을 할 수는 없다며 맞섰다.

신세계와 의왕시는 MOU 시한인 작년 말 이후에도 협의를 계속했으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롯데쇼핑이 의왕 복합쇼핑몰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신세계와 의왕시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지난해 하반기였다. 신세계와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의왕시가 롯데쇼핑에 복합쇼핑몰 개발사업자로 참여해 달라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의왕 복합쇼핑몰의 사업성에 대해 정반대 견해를 내놓고 있다. 롯데쇼핑은 의왕 복합쇼핑몰 예정지가 서울 강남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통해 30분 안에 갈 수 있고, 평촌신도시에서도 불과 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배후 수요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세계는 “토지 매입 가격이 MOU 때보다 20% 이상 올라 투자 효율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두 기업 간 ‘땅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쇼핑이 신세계 인천점이 임차하고 있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2012년 사들이면서 양측은 갈등을 빚었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롯데쇼핑이 매입 협상을 벌이던 파주 프리미엄아울렛 부지를 신세계가 사들여 프리미엄아울렛을 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