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삼중으로 주차된 차들 때문에 아침마다 ‘차 빼달라’며 이웃끼리 얼굴 붉힐 일 없어서 좋겠네요.”

지난 4일 서울 대치동 ‘대치 우성2차’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대치 래미안 하이스턴’ 지하주차장. 리모델링 아파트 참관을 위해 이곳을 찾은 ‘성남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협의회’ 주민은 가구당 1.3대꼴의 널찍한 지하주차장을 본 뒤 입이 벌어졌다. 성남시 정자동에 사는 홍모씨(55)는 “분당신도시 아파트 대부분은 가구당 주차대수가 0.5대에 불과해 매일 주차전쟁을 치른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에다 3개 층을 추가로 올리고, 가구 수도 기존 주택의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한 ‘수직 증축 리모델링’ 시행일(4월25일)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준공된 지 15년이 지나 리모델링이 가능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 가능 아파트는 서울과 분당·평촌신도시 등 전국적으로 400만가구에 달한다.

○집값 오르고, 임대수익도 기대

일반 분양아파트 없이 ‘1 대 1 리모델링’ 방식으로 추진된 ‘대치 래미안 하이스턴’. 지난달 초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는 모두 354가구로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된 리모델링 아파트 중 최대 규모다. 기존 골조를 그대로 둔 리모델링이라 단지 전체 디자인이 재건축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사라졌다. 인근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도곡 카운티’(옛 진달래 1차) 등의 외관·조경과 비교할 때 손색이 없었다.

증축이 허용되지 않은 2011년 착공한 탓에 리모델링 비용은 모두 집주인이 부담했다. 전용면적 84㎡인 실내를 110㎡로 늘리고, 지하주차장을 새로 만드는 데 들어간 공사비는 가구당 2억5000만원. 리모델링 이전 8억원이던 집값은 입주 이후 최고 12억원까지 올랐다. 자산가치가 올라 공사비는 회수한 셈이다.

주거공간 일부를 독립된 현관과 부엌, 화장실 등으로 꾸며 세입자에게 임대할 수 있도록 설계한 ‘세대분리형’(부분임대형) 주택도 눈길을 끌었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물론 노년층 집주인들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가구 수 15% 증가…공사비 줄어

수직 증축이 허용되면 리모델링의 사업성은 좋아진다. 1000가구 단지가 리모델링할 경우 새 아파트 150가구를 추가로 건설할 수 있어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는 공사비는 줄어든다.

예를 들어 분당의 전용 85㎡ 1000가구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를 가구당 103㎡로 늘리는 리모델링을 할 경우 수직 증축이 안 되면 가구당 2억원가량의 공사비를 내야 한다. 하지만 3개 층을 수직 증축해 추가로 150가구를 만든 뒤 일반 분양(분양가 3.3㎡당 1800만원 추정)하면 기존 집주인들의 부담금은 1억2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리모델링은 재건축 아파트에 적용되는 소형주택 의무비율이나 기부채납과 같은 부담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리모델링에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은 수도권 1기 신도시인 분당이다. 준공된 지 20여년이 지나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 아파트값(3.3㎡당 평균 1500만원)도 높은 편이어서 신규 아파트 분양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분당 전체 아파트의 76%인 8만6339가구가 리모델링 대상이다. 덕분에 야탑동 매화공무원2단지와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 등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빠른 단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호재로 올 들어서만 매매 가격이 3000만원가량 뛰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0층 이상 중층 아파트는 재건축을 하더라도 추가 용적률을 받기 어려운 만큼 리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성남시는 리모델링 사업비용 등을 지원하는 시범단지 지원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