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 US가 리트윗한 데이비드 오티스와 오바마 대통령의 셀카 사진.
삼성 모바일 US가 리트윗한 데이비드 오티스와 오바마 대통령의 셀카 사진.
미국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의 강타자 데이비드 오티스가 최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찍은 ‘셀카(셀프 카메라)’가 예기치 않은 파장을 일으키면서 삼성전자의 마케팅 기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앞서 오티스가 삼성 갤럭시노트3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어 트위터에 올린 데 대해 백악관 측은 “대통령의 이미지가 상업적인 목적에 사용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오티스는 삼성과 광고 계약을 맺은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소동은 삼성 제품을 더 많이 노출하는 마케팅 효과를 내고 있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유명 인사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삼성전자의 마케팅이 큰 효과를 본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아카데미상 시상식 때 사회자인 엘렌 드제너러스가 배우들과 찍은 셀카는 ‘가장 많이 리트윗(재전송)한 트윗’으로 기록됐다. 드제너러스 역시 삼성과 계약을 맺고 있다.

삼성은 갤럭시S 시리즈가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2012년 무렵부터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마련했다. 글로벌마케팅실이 주도한 새 마케팅 전략의 3대 키워드는 △유명인이 쓰는 제품으로 △SNS를 파고들어라 △체험하게 만들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3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JK 이과테미 몰’에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페드로 로렌소’와 함께 개최한 ‘갤럭시S5 기어 핏 패션쇼’.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 3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JK 이과테미 몰’에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페드로 로렌소’와 함께 개최한 ‘갤럭시S5 기어 핏 패션쇼’. 삼성전자 제공

(1) 유명인이 쓰는 제품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배우와 스포츠 스타, 모델들에게 신제품을 선물하고 그 제품을 쓰는 장면을 반복 노출하고 있다. 오티스, 드제너러스 외에 농구의 르브론 제임스, 축구의 데이비드 베컴 등도 갤럭시 제품을 쓰고 있다. 올초 열린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때 모든 선수에게 갤럭시노트3를 무료로 나눠준 것이나 세계 4대 패션 이벤트인 뉴욕·런던·밀라노·파리 패션위크에서 모델들에게 갤럭시노트와 기어 등을 착용하도록 한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다. 삼성은 또 축구선수 호날두와 메시, 루니 등과 계약을 맺고 이들이 외계인과 가상 축구경기를 벌인다는 내용의 ‘갤럭시11’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2) SNS를 파고든다

삼성전자는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유명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이 제품을 써본 체험을 SNS를 통해 전파하게 해 주변인들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다.

소셜미디어 순위를 매기는 미국 스타카운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월트디즈니와 코카콜라, 구글 등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스타카운트는 “삼성은 2013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각각 1400만명의 친구와 400만명의 팔로어를 새로 확보했고, 유튜브에선 86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3) 체험하게 만든다

삼성전자는 ‘쓰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 뒤 소비자들이 실제 제품을 써볼 수 있도록 하는 체험형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2012년 5월 런던올림픽 때 처음 등장한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TV 등을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이다. 미국에서는 양판점 베스트바이에 아예 ‘삼성 익스피리언스 숍’이란 이름으로 입점했다. 소비 패턴이 ‘경험’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가 스스로 찾는 ‘열망하는 브랜드(aspirational brand)’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11월 창립 기념식에서 “소비자는 브랜드를 통해 제품 그 이상의 가치를 원한다”며 “고객이 선망하는 ‘열망하는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