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변화에 직면한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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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민주노총입니다. 취재에 참고하시라고 연락처를 첨부했습니다. 민주노총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적극적인 취재와 보도를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중순 민주노총에서 한 건의 이메일이 왔다. 가맹조직 언론담당자 연락처와 사무총국 전체 연락처를 정리해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것이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열흘이 지난 뒤 또 이메일이 왔다. 이번엔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각 언론의 노동담당 기자들과 소주 한잔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또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민주노총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나는 것은 진보언론 기자단 회식 자리에 잠깐 얼굴을 비치는 정도가 관행이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2월 경찰이 ‘철도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이끌었던 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한 뒤 사실상 대외 소통창구를 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까지 그런 자리가 없었던 터라 흔치 않은 ‘기회’라는 생각에 지난 3일 회식에 참석했다. 평소 대면이 쉽지 않은 위원장이 직접 마련한 자리여서 대다수 언론사가 참석하리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10명 남짓 기자들의 대부분은 진보매체 소속이었다.
역시 초반 대화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투쟁’ 등 민주노총다운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소맥’이 몇 잔 돈 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중간중간 ‘소통’과 ‘변화’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벼랑 끝 전술로는 투쟁에 한계가 있다”는 민주노총 관계자의 말도 들렸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우리 내부에 차이는 존재하지만, 갈등보다는 대화로 의견을 모아내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마침 민주노총이 9일 노사정소위가 주최하는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2000년대 중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논의한 뒤로 거의 10년 만이다.
민주노총도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한때 150만명에 달했던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조합원 수는 40만명으로 줄었다. 미국의 지난해 노조 조직률은 11.3%로 3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강경 투쟁 일변도에 근로자들이 등을 돌린 탓이다.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지난달 중순 민주노총에서 한 건의 이메일이 왔다. 가맹조직 언론담당자 연락처와 사무총국 전체 연락처를 정리해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것이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열흘이 지난 뒤 또 이메일이 왔다. 이번엔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각 언론의 노동담당 기자들과 소주 한잔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또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민주노총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나는 것은 진보언론 기자단 회식 자리에 잠깐 얼굴을 비치는 정도가 관행이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2월 경찰이 ‘철도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이끌었던 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한 뒤 사실상 대외 소통창구를 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까지 그런 자리가 없었던 터라 흔치 않은 ‘기회’라는 생각에 지난 3일 회식에 참석했다. 평소 대면이 쉽지 않은 위원장이 직접 마련한 자리여서 대다수 언론사가 참석하리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10명 남짓 기자들의 대부분은 진보매체 소속이었다.
역시 초반 대화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투쟁’ 등 민주노총다운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소맥’이 몇 잔 돈 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중간중간 ‘소통’과 ‘변화’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벼랑 끝 전술로는 투쟁에 한계가 있다”는 민주노총 관계자의 말도 들렸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우리 내부에 차이는 존재하지만, 갈등보다는 대화로 의견을 모아내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마침 민주노총이 9일 노사정소위가 주최하는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2000년대 중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논의한 뒤로 거의 10년 만이다.
민주노총도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한때 150만명에 달했던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조합원 수는 40만명으로 줄었다. 미국의 지난해 노조 조직률은 11.3%로 3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강경 투쟁 일변도에 근로자들이 등을 돌린 탓이다.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