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도서전에 참석한 한국 작가들은 한국 문학 세계화를 위해 좋은 번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왼쪽부터 이문열 한강 김인숙 김혜순 황선미 이승우 신경숙 윤태호 씨. 박상익 기자
런던도서전에 참석한 한국 작가들은 한국 문학 세계화를 위해 좋은 번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왼쪽부터 이문열 한강 김인숙 김혜순 황선미 이승우 신경숙 윤태호 씨. 박상익 기자
지난 7일 오후 영국 런던의 서쪽 끝에 있는 골스버러 서점. 소설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으로 유명한 이정명 작가는 서점 직원이 건네주는 책 250권에 일일이 서명을 남기느라 바빴다. 이씨가 서명한 책은 2012년 발표한 《별을 스치는 바람》의 영문판 《The Investigation》. 1999년 설립된 이 서점은 조지 오웰부터 조앤 롤링까지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초판본을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 문학, 영국 서점 베스트셀러에


윤동주 시인의 실화에 상상력을 가미한 미스터리 팩션(faction)인 이 책은 영국 최대 문학출판사로 꼽히는 맥밀런이 지난달 27일 출간해 벌써 대형서점 워터스톤스 등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영문판 외에도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등 7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유럽에 '문학韓流' 불붙다
지난 2월 출간된 동화작가 황선미 씨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영문판 《The hen who dreamed she could fly》는 100년 역사의 포일스서점 워털루지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워터스톤스가 ‘3월의 책’으로 소개한 이 책은 “한국 작가만이 가능한 독특한 전개방식” “서양 작가들은 결코 보여줄 수 없는 결말”이라는 평가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런던도서전, 문학 한류 기폭제 될까

독일과 더불어 유럽 최대 출판시장으로 손꼽히는 영국에서 ‘문학 한류’ 바람이 일고 있다. 8일 런던 중심지인 얼스코트에서 개막한 2014 런던국제도서전도 ‘문학 한류’ ‘출판 한류’의 기폭제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1개국 1500여업체, 114개국 2만5000여명의 출판 관계자들이 방문하는 이번 도서전에 ‘마켓포커스국(주빈국)’으로 초청된 한국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를 중심으로 비즈니스관과 한국 출판문화를 조명하는 특별전시관을 마련했다.

비즈니스관에서는 알에이치코리아, 네이버 등 25개 출판 및 콘텐츠 업체가 첫날부터 도서 저작권과 콘텐츠 수출 상담을 활발히 벌였다. 특별전시관에선 출협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한국의 전자출판 기술 및 콘텐츠를 소개해 각국 출판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소설가 황석영 이문열 신경숙 김영하 김인숙 이승우 한강, 시인 김혜순, 아동문학 작가 황선미, 웹툰 작가 윤태호 등이 참가하는 작가 특별전도 열렸다.

◆작가들 “좋은 번역자 키워야” 강조

도서전 개막에 앞서 지난 7일 트래펄가광장 인근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이들 작가는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까지 해외에 소개된 한국 문학서는 37개 언어권 2820종. 영어권에는 지난해 12종이 출간됐고 올해는 15~20종이 더 나올 예정이다.

문제는 해외에 소개되는 한국 문학 작품이 너무 적다는 것. 황석영 씨는 “그동안 한국 문학을 세계에 소개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좋은 번역자가 많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며 “영문 번역자를 키워내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학 한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코티나 버틀러 영국문화원 문학부장은 “20세기 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한국 문학은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와는 확실히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며 “런던도서전 이후 영국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학 행사를 통해 한국 문학에 대한 영국 독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영수 출협 회장도 마켓포커스 개막식에서 “도서전 기간 중 다양한 행사들이 유럽 출판시장의 중요한 축인 영국에 한국 문학을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