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투자상품' 뭉칫돈 몰린다
서울 반포동에 사는 강모씨(59)는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다 작년에 은퇴했다. 그는 퇴직금을 굴릴 방법을 찾던 중 친구 세 명과 자금을 ‘공동 운용’하기로 하고 이달 초 3억원씩 내 12억원의 종잣돈을 만들었다.

강씨 등이 찾은 곳은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 특정 종목의 주가가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6~7%의 수익을 내는 주가연계증권(ELS)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KT와 KB금융지주 두 종목만을 기초주식으로 삼을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강씨 등은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상품을 주문 제작한 것이다.

증시 침체 속에서도 ‘맞춤형 투자상품’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법인과 거액 자산가 위주였지만 최근 들어 개인과 중산층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점운용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작년 말 4조1541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2조2559억원)보다 84.1% 급증했다. 지점운용형 랩은 일반 랩어카운트(본사형)와 달리 개별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상품 구조를 설계해주는 맞춤형 상품이다. 극소수 투자자만 모아 별도로 운용하는 사모펀드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은 작년 말 144조원 규모로, 2011년 이후 매년 10% 넘게 성장하고 있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 상무는 “요즘은 천편일률적인 상품만으로는 까다로워진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맞춤형 상품을 만들기 위한 최소 금액도 억원 단위에서 300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맞춤상품의 수익률은 일반 공모형 상품보다는 평균적으로 높다는 게 PB들의 평이다. 우리투자증권의 맞춤형 상품인 스마트 인베스터펀드는 1년 수익률이 평균 6%로 공모형 펀드의 1년 수익률(2.97%)보다 두 배가량 높다.

조재길/황정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