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역설…경쟁력 저해
존속론
대-중기 양극화 해소 효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계속 유지해야 한다.”(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어디로 가고 있는가’ 토론회에선 중기적합업종 제도의 존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날 행사는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하고 국회서민중소기업발전포럼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후원했다.
김정호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폐지론을 역설했다. 그는 “지금의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이전 중기고유업종 제도의 재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중기고유업종 제도가 폐지된 것은 이 제도로 인해 중기가 오히려 쇠퇴하고,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며,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기업과 영세상인들의 상생 공동체이므로 중기적합업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 제도는 경쟁을 저해하므로 관련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주 본부장은 유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소매업이나 음식점업, 제과점 같은 업종에서 대기업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이 확대됨에 따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돼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민간 자율로 운영되는 시장 친화적인 제도이므로 규제로 보기 어렵다”며 “보호기간을 한시적으로 정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경쟁력 제고를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외국계 기업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거나 잠식할 우려가 있는 경우와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고 있는 품목은 적합업종 지정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창동 한국경제신문 유통전문기자는 “‘중기적합업종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전문기자는 “지난해 3월 빵집 규제가 시작된 이후 늘어난 것은 개인 빵집이 아닌 이지바이, 잇브레드, 브래댄코 같은 중소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며 “동네 빵집을 살린다는 정책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동네 빵집과 다를 바 없는 소상공인”이라며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개념의 왜곡’이 많은 제도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영식 중견기업연합회 상무는 “중견기업 중에는 매출이 200억~300억원 수준인 기업도 있는데 이런 기업들은 중기적합업종 제도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며 “이 제도의 취지는 골목상권 영세상인 보호이므로 소기업만 보호하는 적합업종 정책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회를 마련한 홍 의원은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도입 취지와 달리 소비자선택권과 후생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정치권에서도 규제할 것인가 더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김종주 산업통상자원부 동반성장팀장,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적합업종지원단장, 박해철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1본부장,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 등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박준동/이현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