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7일(현지시간) 개막한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미래, 그 가능성으로의 여정’을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푸드쇼케이스 냉장고와 빌트인 오븐, 블루 크리스털 드럼세탁기, 모션싱크 청소기, 삼각형 모양의 벽걸이형 에어컨이 차례로 분해돼 결국 작은 입자가 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전시장을 꾸몄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7일(현지시간) 개막한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미래, 그 가능성으로의 여정’을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푸드쇼케이스 냉장고와 빌트인 오븐, 블루 크리스털 드럼세탁기, 모션싱크 청소기, 삼각형 모양의 벽걸이형 에어컨이 차례로 분해돼 결국 작은 입자가 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전시장을 꾸몄다. 삼성전자 제공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행복한 악몽(happy nightmare)’입니다.”

7일(현지시간) 밀라노 시내 토르토나에서 만난 대만 정보기술(IT) 업체 에이수스(ASUS)의 알레산드로 바소 매니저는 이날 개막한 ‘밀라노 가구박람회’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곳을 찾는 수많은 관람객에게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하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생각하면 악몽처럼 끔찍하다”는 설명이다.

토르토나는 과거 창고와 공장들이 모여 있던 공업지대였다. 평소엔 조그만 공방들이 폐공장 터에서 물건을 파는 조용한 동네다. 하지만 박람회가 열리는 4월 둘째주가 되면 글로벌 기업들의 ‘디자인 전쟁터’로 탈바꿈한다.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살로네델모빌레(실내전시회)’와 ‘푸오리살로네(실외전시회)’로 나뉜다. 실내전시회에는 주로 가구와 일부 가전업체들이 참여하고, 이곳을 찾는 인원은 약 30만명이다. 진짜 전쟁터는 실외전시회다. 밀라노 시내 곳곳에 가구업체는 물론 삼성전자, 에이수스, 푸조, 렉서스, 이베이, 월풀, 밀레 등 글로벌 기업이 총출동해 개별 전시관에서 각사의 디자인을 뽐낸다. 업계에선 매년 실외전시회를 찾는 방문객이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경제효과는 최소 90억유로(약 13조원)에 이른다. 디자인 관련 세계 최대 박람회다.

업체들이 전시하는 것은 제품만이 아니다. 최신 디자인을 반영한 조형물을 통해 세계인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다. “지금은 제품이 아닌 이미지를 파는 시대이기 때문”이란 게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밀라노에 있는 초고가 남성복 브랜드 ‘제냐’의 본사 1~2층을 통째로 빌려 전시관을 마련했다. 삼성은 지난 3년간 밀라노 토르토나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슈퍼 스튜디오’를 썼다. 그러나 올해엔 제냐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 가전 제품이 제냐와 마찬가지로 ‘슈퍼 프리미엄’을 지향한다는 것을 세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전시장 내의 가전제품도 이탈리아에서 최고 명품으로 꼽히는 가구업체 ‘B&B이탈리아’ ‘아클리니아’와 협업해 전시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가 7일(현지시간) 개막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특별전시회를 알리는 대형 광고판이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외벽을 감싸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시회를 위해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제냐의 본사 1~2층을 통째로 빌렸다. 남윤선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가 7일(현지시간) 개막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특별전시회를 알리는 대형 광고판이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외벽을 감싸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시회를 위해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제냐의 본사 1~2층을 통째로 빌렸다. 남윤선 기자
삼성은 이곳에서 5대 가전 신제품인 ‘푸드쇼케이스 냉장고’ ‘빌트인 오븐’ ‘블루 크리스털 드럼세탁기’ ‘모션싱크 청소기’ ‘벽걸이형 에어컨’을 차례로 분해한 뒤 부품을 공중에 매달아 결국 작은 입자가 되는 모습을 형상화해 전시했다. 관람객이 입자들이 흘러다니고 있는 화면 앞에서 손으로 모래 쓸어모으듯 하면 모션 센서가 이 움직임을 인식해 입자가 실제로 합해지면서 삼성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는 문구로 바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가전제품도 소비자와의 교감이 핵심”이라며 “하나의 제품 속에 있는 수많은 부품도 소비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디자인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전시관을 외부 디자이너에게 맡기지 않고 삼성전자가 직접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8일엔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방문해 유럽형으로 개조한 에코버블 세탁기와 푸드쇼케이스 냉장고 신제품을 소개한다.

다른 업체들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는 돌과 신소재 플라스틱을 이어 만든 각종 조형물을 전시했다. 토마스 존슨 디자이너는 “푸조는 자동차 업체지만 회사의 근간과 경쟁력은 소재에 대한 이해에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가전업체 브러더는 자신들의 ‘휴대용 프린터’로 출력한 종이로 만든 컬러풀한 옷을 전시했다. 주제는 ‘프린트아포르테(print a porter)’. 프린터와 기성복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프레타 포르테’의 합성어다. 휴대용 프린터로 언제든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을 은유적으로 뽐낸 것이다. 미국 온라인 상거래업체 이베이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가구 및 관련 제품을 천장에 매달아 전시했다.

현장을 찾은 장동훈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인전략팀장(부사장)은 “밀라노 박람회는 가구뿐 아니라 삶과 연관된 모든 제품의 미래 디자인 트렌드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며 “100만명이 넘는 세계 각국의 디자인 리더가 몰리는 밀라노는 브랜드를 알리기에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밀라노=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