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경제성장 위해 次惡을 골라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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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전보다 반토막난 성장률
금융행태 퇴행 등 부실개혁 탓 커
규제개혁 포함 시스템 재검토해야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
금융행태 퇴행 등 부실개혁 탓 커
규제개혁 포함 시스템 재검토해야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
박근혜 정부는 이제 성장을 강조하기로 한 것 같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규제 개혁도 무엇보다 성장을 더 하자는 것이 목표 아닌가.
현 시점에서 성장은 분명 중요한 과제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너무 많이 떨어졌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16년간 평균 성장률은 4.0%인데, 이것은 위기 전 16년간의 9.0%에서 반토막도 더 난 것이다. 2008년 이후 세계 경제가 큰 불황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 낮아졌다.
이런 성장률 하락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있다. 하나는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어느 선진국도 4%씩 성장하는 경우가 없는 만큼 한국의 성장률은 낮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설명이 맞는지는 1997년께 한국이 얼마나 선진국에 근접해 있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적절한 비교 대상은 1970년대 초의 일본일 것이다. 일본은 1971년을 분기점으로 그전 15년간 평균 10%에 달했던 성장률이 반토막났는데, 당시 일본의 구매력평가로 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최선진국인 미국의 65.1%였다. 반면 1997년 한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51.8%에 불과했다. 이것은 계량연구에서도 나타난다. 위기 전후를 비교하는 몇몇 계량연구에서 위기 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자연적 하락추세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또 하나의 설명은 위기 전 ‘과잉투자’가 조정되면서 성장률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투자율은 위기 전 16년간 평균 34.1%이던 것이 위기 후 16년간 27.3%로 떨어졌는데, 27.3%도 세계적으로 보아 높은 수준이다. 위기 전 과잉투자의 바탕이 ‘과다차입’이었는데, 그것이 정상화되면서 투자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설명이 맞으려면 위기 후 생산성 증가율이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위기 후 생산성 증가율이 올라갔다는 연구 결과는 별로 없다.
위기 후 기업의 투자율이 떨어진 반면 가계의 소비성향은 올라가 가계저축률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계순저축률은 1997년 15.1%였지만 2012년에는 3.4%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그렇게 된 중요한 이유는 금융의 행태 변화다. 위기 전에는 금융이 기업의 투자를 뒷받침했지만 위기 후에는 가계대출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주택 같은 부동산을 담보로 가계대출을 하는 것은 가장 후진적 금융행태다. 그런 이유로 과거 한국은 금융이 기업의 투자를 뒷받침하도록 규제했다. 그것은 기업의 ‘과다차입에 의한 과잉투자’를 초래했다. 그러나 위기 후 그것을 대체한 것은 가계의 ‘과다차입에 의한 과잉소비’다. 그 결과 이제 가계부채가 경제 전체의 건전성을 위협하게 됐다.
‘과다차입에 의한 과잉투자’와 ‘과다차입에 의한 과잉소비’ 중 어느 쪽이 나은가. 성장이 중요하고 성장에 따라 일자리가 정해지는 현실에서 전자가 낫지 않은가. 어차피 ‘차악(次惡)’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그런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위기 전 ‘과다차입에 의한 과잉투자’라는 현상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금융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대기업을 비롯한 기존 기업에 대한 이야기 아니었는가. 신규 진입 기업이나 중소·벤처기업까지 포함해서 본 전체 경제의 구도도 그랬는지 의문이다.
한국은 위기 후 개혁으로 그런 구도를 고쳐서 건전한 투자의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금융 행태의 퇴행으로 나타났고, 성장률을 떨어뜨렸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퇴행을 선도한 것은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해 주리라고 기대했던 외국계 은행이었다. 이런 점에서 외국계 은행도 ‘먹튀 외자’만큼이나 부정적 역할을 했다.
위기 후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너무 떨어졌다.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더라도 위기 후 ‘개혁’이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는 데서 출발해서 시스템 전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규제 개혁도 그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
현 시점에서 성장은 분명 중요한 과제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너무 많이 떨어졌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16년간 평균 성장률은 4.0%인데, 이것은 위기 전 16년간의 9.0%에서 반토막도 더 난 것이다. 2008년 이후 세계 경제가 큰 불황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 낮아졌다.
이런 성장률 하락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있다. 하나는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어느 선진국도 4%씩 성장하는 경우가 없는 만큼 한국의 성장률은 낮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설명이 맞는지는 1997년께 한국이 얼마나 선진국에 근접해 있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적절한 비교 대상은 1970년대 초의 일본일 것이다. 일본은 1971년을 분기점으로 그전 15년간 평균 10%에 달했던 성장률이 반토막났는데, 당시 일본의 구매력평가로 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최선진국인 미국의 65.1%였다. 반면 1997년 한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51.8%에 불과했다. 이것은 계량연구에서도 나타난다. 위기 전후를 비교하는 몇몇 계량연구에서 위기 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자연적 하락추세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또 하나의 설명은 위기 전 ‘과잉투자’가 조정되면서 성장률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투자율은 위기 전 16년간 평균 34.1%이던 것이 위기 후 16년간 27.3%로 떨어졌는데, 27.3%도 세계적으로 보아 높은 수준이다. 위기 전 과잉투자의 바탕이 ‘과다차입’이었는데, 그것이 정상화되면서 투자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설명이 맞으려면 위기 후 생산성 증가율이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위기 후 생산성 증가율이 올라갔다는 연구 결과는 별로 없다.
위기 후 기업의 투자율이 떨어진 반면 가계의 소비성향은 올라가 가계저축률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계순저축률은 1997년 15.1%였지만 2012년에는 3.4%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그렇게 된 중요한 이유는 금융의 행태 변화다. 위기 전에는 금융이 기업의 투자를 뒷받침했지만 위기 후에는 가계대출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주택 같은 부동산을 담보로 가계대출을 하는 것은 가장 후진적 금융행태다. 그런 이유로 과거 한국은 금융이 기업의 투자를 뒷받침하도록 규제했다. 그것은 기업의 ‘과다차입에 의한 과잉투자’를 초래했다. 그러나 위기 후 그것을 대체한 것은 가계의 ‘과다차입에 의한 과잉소비’다. 그 결과 이제 가계부채가 경제 전체의 건전성을 위협하게 됐다.
‘과다차입에 의한 과잉투자’와 ‘과다차입에 의한 과잉소비’ 중 어느 쪽이 나은가. 성장이 중요하고 성장에 따라 일자리가 정해지는 현실에서 전자가 낫지 않은가. 어차피 ‘차악(次惡)’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그런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위기 전 ‘과다차입에 의한 과잉투자’라는 현상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금융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대기업을 비롯한 기존 기업에 대한 이야기 아니었는가. 신규 진입 기업이나 중소·벤처기업까지 포함해서 본 전체 경제의 구도도 그랬는지 의문이다.
한국은 위기 후 개혁으로 그런 구도를 고쳐서 건전한 투자의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금융 행태의 퇴행으로 나타났고, 성장률을 떨어뜨렸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퇴행을 선도한 것은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해 주리라고 기대했던 외국계 은행이었다. 이런 점에서 외국계 은행도 ‘먹튀 외자’만큼이나 부정적 역할을 했다.
위기 후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너무 떨어졌다.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더라도 위기 후 ‘개혁’이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는 데서 출발해서 시스템 전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규제 개혁도 그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