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애널) 간 개인차가 확연하게 드러날 겁니다"

"탐방을 많이 가고 이성적인 실적 추론이 가능한 시니어 애널의 몸값은 치솟을 겁니다"

"외국계 증권사와 같이 비로소 '돈 주고 봐야 하는' 분석리포트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기업분석 임무를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의 몸값(연봉)이 천정지부로 치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간 애널리스트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해질 수 밖에 없고, 엄청난 몸값을 감내하지 못한 곳은 '리포트 아웃소싱'을 시도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돈다.

분기실적 정보를 사전 유출한 CJ E&M 사태 이후 자주 들리는 말들이다.

먼저 증권사 내부통제 장치가 이중 삼중으로 강화되고 있다. 징계를 받은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이상 기관경고), 우리투자증권(기관주의)이 가장 재빠르다.

이들의 주요 업무 개선방안은 애널리스트 평가항목에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준수 내용 추가, 애널리스트와 영업부서원 간 모닝미팅 내용 홈페이지 공표, 메신저 이용 미공개 정보 제공 가능성 차단 등이다.

일부 증권사는 미공개 정보의 비대칭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주식담당 애널리스트의 외부메신저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정보의 독점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애널리스트는 그간 업계에서 사실상 을(乙)의 존재였다. 항상 기관투자가가 갑(甲)이었다.

주요 경제신문들이 실시하는 기관투자가(펀드매니저)의 애널리스트 대상 평가가 이듬해 연봉으로 반영되서다. 갑은 따라서 애널리스트의 잘못된 정보를 질책하고, 빠르고 많은 정보를 칭찬해왔다.

하지만 을인 애널리스트와 갑인 매니저의 처지가 180도 뒤바꼈다. CJ E&M 사태로 인해 정부가 직접 정보의 비대칭성에 철퇴를 가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는 더이상 펀드매니저들에게 정보를 꺼내기 꺼려한다. 메신저는 물론 전화기를 들고 알려주는 정보 전달은 몇 달 새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애널리스트들이 '철창행'을 감수하고 을의 요구를 계속 이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란 게 한 외국계 애널리스트의 고백이다.

애널리스트의 몸값은 이래서 다시 '억대 연봉'으로 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보독점력'을 갖추게 되서다. 게다가 이론적이고 논리적인 실적 추정 능력과 인적 네트워크, 밥먹 듯이 다닌 기업탐방 경험 등이 모두 몸값에 더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CJ E&M 사태로 인해 국내 증권업계도 해외 증권사 분위기로 확 바뀔 수 있다"면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몸값은 엄청난데 바로 정보독점력이 그 가치"라고 귀띔했다.

'더 똑똑한 애널'이 대접받을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그간 기업들의 예상 실적이라는 게 너무도 단순하게 이뤄져 온 게 사실"이라며 "가령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00억 원인데 80억 원도 밑돌 것'이라고 분석하면 해당 주가부터 움직였다"고 말했다.

정보독점력이 강해질수록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실적 추정 이유와 분석이 반드시 필요해 진다는 얘기다.

그간 무료로 공개해 온 분석리포트의 유료화가 연결되는 지점도 여기다. 업계에선 이미 삼성증권이 유료화 체계를 구축,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기관투자가들은 여지껏 기업 설명회(IR), 세미나 등에 참석하지 않고도 애널리스트의 쏟아지는 메신저와 전화 한통으로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당장 오늘부터 이들 중 누군가는 기업 탐방 일정부터 짜고 속앓이를 하고 있을 수 있다.

사실상 기관투자가들이 일분일초를 다투는 증시에서 여러 기업들을 탐방하고 수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 운영할 수 없다. 이들이 애널리스트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증권업계에서도 '乙의 반격'이 시작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미 '공짜로 보는 정보'의 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는 분위기다.

단 한 번뿐이지만 CJ E&M 사태는 이 업계에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몇몇 애널리스트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해당 증권사가 고개를 숙였지만, 변화 이상의 변화가 시작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