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대표적인 '규제 전봇대'로 인식돼온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가 대폭 손질된다. 증권업계는 수익성 악화로 고사위기에 처한 증권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8일 증권사 재무건전성 잣대인 NCR 산정기준을 전면 개편해 발표했다.

그 동안 불합리한 NCR 산출체계로 증권사들이 필요 이상의 여유자본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돈을 쌓아두고도 아무것도 못한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돼왔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NCR 산출방식 자체를 변경했다. 기존에는 총위험액 대비 영업용순자본으로 계산했지만, 이제는 필요유지자본 대비 영업용순자본 비율로 변경된다.

증권업계 평균 NCR은 현행 479%에서 개편 482%로 유사하지만 변동성은 감소하고 자본 충실도를 더 잘 반영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금융당국은 NCR 경영개선권고 비율을 150%에서 100%로 조정하고, 연결 NCR을 도입한다. 증권사 기업신용공여 기준과 위험값의 합리적 조정 등 증권업계에서 요청한 NCR 규제완화 과제 중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문제가 없는 사항도 대폭 수용했다.

증권업계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과 증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육성의지를 확인한 개선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증권사 규모별로는 다소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률규제 방식에서 자본의 절대양을 중요시 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대형증권사들에는 유리하지만, 자본이 적은 소형증권사에는 불리해졌다.

NCR 규제 완화…증권업계, 규제 전봇대 뽑혔다 '환영'(종합)
현행 NCR 비율은 대형사가 476%, 중형사가 459%, 소형사가 614%지만, 개편된 NCR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대형사는 1140%로 크게 높아진 반면, 중형사와 소형사는 각각 318%, 181%로 줄었다.

당장 소형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소형사 평균인 181%는 개선된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NCR 100%는 웃도는 것이지만, 연기금 등의 거래증권사 선정 기준에는 못 미치는 것이기 때문.

현재 국민연금은 거래증권사 선정 평가 시 NCR 250%, 우정본부는 450% 이상이어야 만점을 주고 있다.

금융위는 새 NCR 산출 방법이 바뀐 만큼 연기금 등에 합리적으로 기준을 변경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NCR이 대폭 낮아진 중소형 중권사들은 연기금 등 기관 대상의 영업과 거래소 업무 참여 등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현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NCR 산출 기준이 업무 단위별 필요 유지 자기자본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 동안 자본은 적으면서 불필요하게 업무허가(라이센스)를 받은 소형사들은 핵심 업무가 아닌 라이센스를 반납하는 식으로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NCR 체계는 2015년부터 증권사별 선택 시행하고, 2016년에는 전면 시행돼 2년의 유예기간이 있다"면서 "소형사들은 현실에 맞게 잘하는 업무에 집중하는 업무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형 증권사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NCR 개편으로 투자여력이 커져 자본활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대했던 것만큼 정책이 업계 상황을 잘 반영한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많은 자본이 필요한 대형사들의 IB 업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IB업무 활성화를 위해 기업에 대한 3개월 이상 대출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하는 대신 신용위험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수·합병(M&A) 중계, 기업공개(IPO) 등의 IB 업무를 하려면 증권사들이 해당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기업여신을 취급하게 되는데 NCR 규제 완화로 증권사들이 인수금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