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절반 '뚝'…전관 변호사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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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늘며 경쟁 치열
2013년에만 2000명 가까이 늘어…수임 제한 '예우방지법'도 악재
로펌서도 자리 '위태위태'
부장검사 출신 月 2000만원…실적 못미치면 사무실 빼기도
2013년에만 2000명 가까이 늘어…수임 제한 '예우방지법'도 악재
로펌서도 자리 '위태위태'
부장검사 출신 月 2000만원…실적 못미치면 사무실 빼기도
“로펌에서 월 2000만원을 준다고요? 당장 뛰어가죠.”
부장검사 출신으로 지방에서 개업한 지 4년차인 이모씨가 쓴 입맛을 다셨다. 월평균 1억원 정도의 수입을 예상하고 2, 3년간 바짝 벌 생각으로 단독 개업을 한 게 오산이었다. 검찰 출신이라고 의뢰인이 민사사건은 안 맡기고, 형사사건은 로펌(법무법인)들이 저인망식으로 싹쓸이하다시피 가져가니 사무실 유지조차 버겁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하지만 로펌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부장판사·검사 출신은 세전 월 2000만원, 검사장·법원장 출신은 월 3000만원이 중대형 로펌의 시세일 정도로 대우가 짜졌다. 과거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1, 2년 내 실적 없으면 로펌서도 퇴출
20여년을 법원에 몸담은 부장판사가 최근 업계 5위권 로펌으로 가면서 3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직전에 옷을 벗은 모 부장검사 역시 3억여원을 받는 조건으로 5위권 로펌에 스카우트됐다.
이들은 그나마 잘나가는 축에 속한다. 2009년 로스쿨 도입 전과 비교하면 전관의 몸값이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적과 무관하게 일정 연봉을 지급하는 ‘보장기간’도 짧아졌다. 서울지역 지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10위권 로펌으로 옮긴 지 6개월도 안돼 눈치가 보여 방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부장판사·검사 출신 가운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물론 검찰 금융조세조사부와 특수부 출신이거나 사건 수임에 자신이 있는 전관들은 단독 개업하거나 소형 로펌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전관 변호사들이 잘나갈 때도 있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가 법무법인 바른에서 월 1억여원,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 퇴임 후 5년간 60억원을 번 게 화제가 됐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검찰총장 출신에게 10년간 50억원을 보장해준 사례도 봤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옛날 얘기다.
○탈출구 없는 구조적 원인이 배경
전관들이 이처럼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경기 탓도 있지만 구조적인 원인이 크다. 변호사 업계가 꼽는 주범은 로스쿨 출범에 따른 변호사 숫자의 급증. 매년 2000명 가까운 경쟁자가 쏟아져 나오지만 수요는 제자리를 맴돌면서 저가 출혈 경쟁의 불똥이 전관에까지 튀었다는 것이다.
2011년 시행한 이른바 ‘전관예우방지법’(공직자윤리법)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법은 퇴직 후 1년 동안 퇴직 1년 전 근무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예전 같으면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검이나 서울중앙지법에서 부장판사·검사 하다 나온 변호사가 가장 몸값이 비쌌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옷 벗는 판·검사도 줄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의 경우 정기 인사 시즌인 1~3월에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록 인원은 51~53명으로, 예년에 비해 줄었다.
대형 로펌의 한 전관 변호사는 “외국 로펌까지 국내에 진출하는 등 변호사 업계에 악재만 겹치고 있다”며 “로펌 차원이나 변호사 개인 차원에서 대부분 틈새시장만 찾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부장검사 출신으로 지방에서 개업한 지 4년차인 이모씨가 쓴 입맛을 다셨다. 월평균 1억원 정도의 수입을 예상하고 2, 3년간 바짝 벌 생각으로 단독 개업을 한 게 오산이었다. 검찰 출신이라고 의뢰인이 민사사건은 안 맡기고, 형사사건은 로펌(법무법인)들이 저인망식으로 싹쓸이하다시피 가져가니 사무실 유지조차 버겁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하지만 로펌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부장판사·검사 출신은 세전 월 2000만원, 검사장·법원장 출신은 월 3000만원이 중대형 로펌의 시세일 정도로 대우가 짜졌다. 과거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1, 2년 내 실적 없으면 로펌서도 퇴출
20여년을 법원에 몸담은 부장판사가 최근 업계 5위권 로펌으로 가면서 3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직전에 옷을 벗은 모 부장검사 역시 3억여원을 받는 조건으로 5위권 로펌에 스카우트됐다.
이들은 그나마 잘나가는 축에 속한다. 2009년 로스쿨 도입 전과 비교하면 전관의 몸값이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적과 무관하게 일정 연봉을 지급하는 ‘보장기간’도 짧아졌다. 서울지역 지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10위권 로펌으로 옮긴 지 6개월도 안돼 눈치가 보여 방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부장판사·검사 출신 가운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물론 검찰 금융조세조사부와 특수부 출신이거나 사건 수임에 자신이 있는 전관들은 단독 개업하거나 소형 로펌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전관 변호사들이 잘나갈 때도 있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가 법무법인 바른에서 월 1억여원,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 퇴임 후 5년간 60억원을 번 게 화제가 됐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검찰총장 출신에게 10년간 50억원을 보장해준 사례도 봤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옛날 얘기다.
○탈출구 없는 구조적 원인이 배경
전관들이 이처럼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경기 탓도 있지만 구조적인 원인이 크다. 변호사 업계가 꼽는 주범은 로스쿨 출범에 따른 변호사 숫자의 급증. 매년 2000명 가까운 경쟁자가 쏟아져 나오지만 수요는 제자리를 맴돌면서 저가 출혈 경쟁의 불똥이 전관에까지 튀었다는 것이다.
2011년 시행한 이른바 ‘전관예우방지법’(공직자윤리법)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법은 퇴직 후 1년 동안 퇴직 1년 전 근무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예전 같으면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검이나 서울중앙지법에서 부장판사·검사 하다 나온 변호사가 가장 몸값이 비쌌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옷 벗는 판·검사도 줄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의 경우 정기 인사 시즌인 1~3월에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록 인원은 51~53명으로, 예년에 비해 줄었다.
대형 로펌의 한 전관 변호사는 “외국 로펌까지 국내에 진출하는 등 변호사 업계에 악재만 겹치고 있다”며 “로펌 차원이나 변호사 개인 차원에서 대부분 틈새시장만 찾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