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종 남양공업 상무가 9일 경기 안산 본사 공장에서 자동차 조향장치에 들어가는 금속 봉 제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인 남양공업은 2·3차 협력사들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현대·기아차와 함께 ‘완성차→1차 협력사→2·3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남승종 남양공업 상무가 9일 경기 안산 본사 공장에서 자동차 조향장치에 들어가는 금속 봉 제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인 남양공업은 2·3차 협력사들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현대·기아차와 함께 ‘완성차→1차 협력사→2·3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경기 안산에 있는 원텍은 자동차 조향장치(운전대와 바퀴를 연결하는 부분)에 들어가는 금속 봉(棒)을 만드는 회사다. 인근의 남양공업은 원텍이 납품한 봉으로 조향장치의 축이 되는 핵심 부품 ‘스티어링 컬럼’을 만들어 현대·기아자동차 또는 현대모비스에 공급한다. 남양공업은 1차 협력사, 원텍은 2차 협력사다.

1차 협력사 부품은 완성차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단 거래 관계를 맺으면 장기간 부품을 공급하게 되는 이유다. 현대·기아차에 스티어링 컬럼을 공급하는 회사는 381개 1차 협력사 중 남양공업과 만도 두 곳뿐이다.

반면 2·3차 협력사들은 1차 협력사에 비해 가격 변수가 납품 계약을 확보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현대·기아차의 2·3차 협력사는 5000여개에 이른다. 그 가운데 직원 27명에 불과한 중소기업 원텍이 지난해 말 현대모비스의 협력사 역량평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남양공업과 공동 연구개발(R&D)로 확보한 기술력으로 200ppm(1ppm은 100만분의 1)이 넘던 불량률을 70ppm대로 줄인 덕분이었다.

○2·3차 협력사 키우는 상생

현대車서 배운 혁신, 2·3차 협력사에 전수…남양공업, '품질 1등' 질주
9일 안산의 남양공업 1공장에서 만난 남종승 상무(영업·자재부문장)는 “싸게 공급하는 2·3차 협력사만 찾다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더 이상 승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 상무는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1차 협력업체들과 함께 개발한 기술로 세계 5위에 올라섰다면 이제는 1차 협력업체가 2·3차 협력업체의 기술력을 높여줘야 한국의 자동차 산업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1969년 출범한 남양공업은 기아차에만 제품을 공급하던 업체였다. 국내 최초로 마그네슘 소재의 가벼운 스티어링 컬럼을 개발해 만도가 독점해온 현대차에도 2001년부터 납품을 시작하게 됐다. 첫 적용 현대차가 NF쏘나타다. 이 회사는 현재 신형 제네시스에 전동식 스티어링 컬럼을 공급 중이며 에쿠스 후속 모델에도 납품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외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에도 제품을 공급한다. 지난 2월에는 BMW와 총 36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고 폭스바겐과도 제품을 공동 개발 중이다.

NF쏘나타에 들어간 마그네슘 스티어링 컬럼은 독자 개발했지만 이후에는 현대·기아차와 공동 R&D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조향장치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고 하면 남양공업과 같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도 공유하는 방식이다. 남 상무는 “남양공업의 기술이 발전하고 공급 단가가 싸지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일방적인 갑을관계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관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하분 협력사에 되돌려줘

남양공업은 2·3차 협력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협력사가 혁신을 통해 부품 가격을 낮추면 인하분의 50%를 협력사에 돌려주는 ‘가치 혁신(VI)’ 프로그램이다. 2011년 도입 이후 11개 협력사가 총 11억원 규모의 원가 절감을 이뤄냈다. 남 상무는 “일단 깎고 보는 ‘단가 인하(CR)’에 의존하던 경영 전략을 버리고 VI를 도입하자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협력사 상생 프로그램도 그대로 도입해 시행한다. 완성차업체→1차 협력사→2·3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상생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다.

남양공업은 2·3차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속 엔지니어 8명으로 구성한 ‘부품품질 확보팀’이라는 조직을 운영 중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협력사들이 맞닥뜨린 난관을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팀이다. 현대·기아차가 분야별 전문가 300여명으로 구성한 기술지원단을 협력사에 보내는 것과 같다.

현대·기아차가 남양연구소에서 다른 업체 자동차를 분해해 협력사에 보여주는 ‘R&D모터쇼’를 한다면 남양공업은 독일과 일본 업체들의 스티어링 컬럼을 분해해 연구하는 기술연구소 벤치마킹실을 2·3차 협력사에 공개한다.

현대·기아차는 남양공업의 협력사 상생 전략을 높이 평가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5000여개에 이르는 협력사를 본사가 직접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남양공업과 같이 기술력이 뛰어난 1차 협력사가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면 국내 자동차 생태계의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에 기술 지원을 하는 동시에 다른 글로벌 메이커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도 장려한다는 점에서 완성차와 부품사 관계가 다소 폐쇄적인 일본 모델, 완성차와 부품사 사이에 협력 관계가 거의 없는 독일 모델의 장점을 더한 상생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안산=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