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 가전, 디자인으로 1위 하겠다"
“디자인이란 외관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의 내밀한 요구까지 파악해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삼성 가전은 어느 경쟁사와 비교해도 이런 점에서 가장 앞서 있습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사진)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럽형 냉장고, 세탁기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날 출시 행사는 밀라노 시내 중심가에 있는 명품 남성복 업체인 제냐 본사 ‘스파지오 제냐’에서 열렸다. 앞선 디자인으로 ‘2015년 글로벌 가전 1위’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윤 사장은 “올해는 삼성 가전 역사에 ‘혁신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며 냉장고 ‘푸드 쇼케이스’와 블루 크리스털 도어를 채용한 ‘드럼세탁기’ 신제품을 공개했다. 그는 “디자인 성지인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파고들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06년 삼성 TV를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윤 사장은 2011년 말 ‘1등 DNA를 전수하라’는 임무를 받아 가전사업을 맡았다. 이후 최초의 900L급 냉장고인 T9000, 뒤집히지 않는 ‘모션씽크’ 청소기에 이어 올해는 슈퍼 프리미엄급 주방가전인 ‘셰프컬렉션’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셰프컬렉션 제품으로는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개발에 참여해 소비자 입장에서 혁신시킨 냉장고가 가장 먼저 나왔다.

윤 사장은 인터뷰에서 “제품 외관뿐 아니라 소비자의 필요까지 파악해 반영하는 게 바로 디자인”이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면 수요는 얼마든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세계 5개국에 각국 소비자의 생활 행태를 탐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리서치랩’과 이를 제품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프로덕트 이노베이션팀’을 두고 있다.

윤 사장은 슈퍼 프리미엄을 앞세운 마케팅에 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고가의 LED TV를 출시할 때도 반대가 많았지만,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며 “지금도 거시경제 상황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치만 제공한다면 가격은 중요한 변수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색가전은 교체 주기가 7~10년으로 전자제품 가운데 가장 긴 편이다. 그가 TV에서 ‘빠른 혁신’을 앞세워 세계 1위를 달성했지만, 가전시장에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윤 사장은 “셰프컬렉션 냉장고를 한 번이라도 열어보면 소비자가 ‘전에 쓰던 것과는 확실히 다르구나, 사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삼성의 슈퍼 프리미엄 제품에는 소비자의 열광을 이끌어낼 ‘패션 포인트(passion point)’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또 다른 프리미엄 가전시장 확대 전략은 ‘명품 업체와의 협업’이다. 삼성은 이날 신제품을 발표하며 냉장고 안에 이탈리아 명품 가죽 브랜드인 ‘콜롬보’ 가방을 넣어 함께 전시했다. 이탈리아 명품 가구업체인 B&B이탈리아, 아클리니아 등과도 공동 전시에 나섰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 업체들과 교류 및 협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사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2015년 1위 달성은 자신있고, 이후에 2위와 ‘초격차’를 벌릴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밀라노=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