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이내 출점'규제 이후…표정 바뀐 외식업계
빕스, 차이나팩토리, 비비고, 계절밥상 등을 운영하는 외식업체 CJ푸드빌은 지난해 단 1개의 매장을 늘리는 데 그쳤다.

씨푸드오션과 피셔스마켓은 사업을 접었고, 비비고 1호점인 광화문점은 임대료가 올라 폐점키로 했다. 한식뷔페인 계절밥상은 판교 1호점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중심가에는 매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2년 63억원 흑자에서 지난해에는 12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외식업체들의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음식점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뒤 대기업의 확장 자제를 권고하면서 각 업체의 성장 전략이 사실상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동반위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음식점업의 출점 제한 권고안에 따르면 CJ푸드빌을 비롯해 롯데리아, 아워홈 등 대기업들은 연면적 2만㎡ 이상인 복합다중시설과 역세권 반경 100m 이내에만 신규 출점할 수 있다.

'100m 이내 출점'규제 이후…표정 바뀐 외식업계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규제 이후 대부분의 외식업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리아가 운영하는 TGI프라이데이스는 지난해 이익과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매출은 역신장했고, 영업이익은 2012년 15억원에서 지난해 4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리아는 호텔 출신 셰프를 영입해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매장 확장 길이 막힌 터라 성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워홈의 외식계열사인 캘리스코도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2011년 20억원에서 지난해 30억원으로 50% 늘었던 이익은 1년 만에 다시 20%가량 줄었다. 캘리스코의 대표 브랜드인 사보텐은 올해 출점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강병오 중앙대 교수는 “전반적인 외식 소비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규제가 겹쳐 외식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감했다”며 “올해 반등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동반위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업체들은 성장을 이어갔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리미니는 ‘본사 및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는 연면적에 관계없이 출점할 수 있다’는 조항이 호재로 작용했다. NC백화점, 뉴코아백화점 등 이랜드유통이 운영하는 백화점 건물을 중심으로 출점을 이어간 것. 애슐리는 매장 수 140개를 돌파, 경쟁 업체인 빕스(89개)와의 격차를 벌렸다.

지난해 이랜드의 외식사업부문 매출은 436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2%나 늘었다. 올해는 현재 31개인 리미니의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외식전문 중견기업’으로 분류된 놀부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외식전문 중견기업은 소상공인에서 성장한 중견기업 중 음식업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을 뜻한다. 동일업종의 개인업소와 도보로 150m만 떨어져 있으면 제한 없이 출점할 수 있다. 놀부의 매출은 2012년 794억원에서 지난해 994억원으로 25.1%, 영업이익은 13억원에서 3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