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한 원화 강세는 한국 증시에 호재로 꼽을 수 있다. 원화가 추세적으로 오름세를 이어간다면 증시에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급등하는 경우라면 정반대로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환율이 시장에서 예민하게 바라보는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원화강세 언제까지] 환차익 기대…외국인 2조5600억 순매수
9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45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것은 이런 점에서 관심이다. 11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2조56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기간 원화값은 달러당 1079원에서 1041원으로 뛰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달 후반부터 이머징 상장지수펀드(ETF)에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서 바스켓(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묶어 한꺼번에 매매하는 전략) 형태의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며 “연말까지 원·달러환율은 평균 1030원까지 내려갈 것(원화 강세)”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입된 외국인 매수세는 추가 원화 강세에 베팅한 자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국계 증권사 주식영업담당 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1~2주 전부터 원화값이 달러당 105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한국 주식을 사려는 외국인들이 많은 만큼 달러당 1050원 선으로 쉽게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외국인 매수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주가 상승의 원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안승원 UBS 주식영업담당 전무는 “단기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코스피지수 1950선과 원·달러 환율 1050원 선이 모두 깨진 만큼 ETF뿐 아니라 주식형펀드 자금의 유입 가능성도 커졌다”며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싼 한국 증시에 장기간 대규모의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