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아파트에만 '우르르'…기존 주택엔 거래 발길 '뚝'
지난 4일 문을 연 서울 고덕동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래미안갤러리·사진)에는 주말 사흘 동안 2만여명이 몰렸다. 고덕시영을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2분기 수도권 분양시장의 열기를 점화시킬 것이라는 평가다.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떴다방’이 등장, 웃돈이 2000만원가량 붙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분양 아파트에만 '우르르'…기존 주택엔 거래 발길 '뚝'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은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후 거래가 뚝 끊겼다. 7억3000만원까지 뛰었던 1단지 전용 43㎡는 6억8500만원까지 떨어졌다. 봄 이사철이 끝나 매물이 쌓이면서 전세가격도 1000만~2000만원 하락했다.

연초 같은 흐름을 보였던 아파트 거래시장과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지난달 초 이후 엇갈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말 ‘임대차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분양시장은 호조세를 이어가는 반면 거래시장은 침체를 지속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양분화되고 있다.

○달아오른 분양시장


분양 아파트에만 '우르르'…기존 주택엔 거래 발길 '뚝'
올해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청약경쟁률 ‘대박’을 치는 단지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는 경남기업의 ‘경남 아너스빌’이 3.03 대 1, 신안종합건설의 ‘신안인스빌 리베라 2차’가 3.74 대 1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불과 1년 전 동탄2신도시 3차 동시분양에서 총 5900가구 모집에 4700명이 청약(경쟁률 0.8 대 1)하며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분양시장에서 지난 1분기 청약통장을 사용한 1순위 청약자는 총 10만77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796명)보다 3.6배 늘었다.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 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꺼내들고 분양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분양마케팅업체인 타이거하우징의 김태욱 사장은 “정부의 저리 융자와 전세난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들의 손길은 미분양 아파트에도 뻗치고 있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김포시에서는 올 들어 2월까지 미계약분 1000여가구가 팔렸다. 지난해 대표적 미분양 단지인 ‘김포풍무 푸르지오센트레빌 1차’(2712가구)의 계약률은 최근 80%를 웃돌았다.

○가라앉은 매매시장

분양 아파트에만 '우르르'…기존 주택엔 거래 발길 '뚝'
서울과 신도시 공인공개사들은 지난달 기존 주택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임대소득 과세방안이 발표된 2월26일 이후 한 달이 채 안 되는 지난달 셋째주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서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11억4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최근 10억9000만원 선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박준 잠실박사공인 대표는 “지난달 중순부터 거래가 절반 이하로 줄며 호가도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아파트도 지난달부터 거래가 한산해졌다. 올초까지 가격이 오르던 잠실동 리센츠 전용 85㎡의 매매가격은 지난달 하락세로 돌아섰고 거래도 크게 줄었다. 리센츠공인 관계자는 “임대소득 과세방안이 발표된 뒤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입주 10년 이하의 아파트가 몰린 서울 길음동 길음뉴타운도 거래가 뜸해졌다. 길음동 탑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과 올해 초에는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투자 목적 매수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거의 사라졌다”며 “매매가격이 그다지 오르지 않았는데도 수요가 사라진 것은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임대소득 처리 방안이 정해지는 6월 국회까지는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수/이현일/이현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