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며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외국인투자자들의 식성이 바뀌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급락해서다.

앞으로 이들은 환차익을 노린 매수세까지 더해져 당분간 국내 주식을 폭식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음식료, 철강, 유틸리티, 여행주(株) 등 원화강세 수혜주에 주목할 시기다.

1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6일 이후로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표 정보기술(IT)주와 현대·기아차, 한국타이어 등 자동차 관련주가 집중 매수 대상이었다.

이들은 그러나 이번주 중반 이후로 철강업종과 통신업종, 음식료업종 내 대표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 증시에서 859억 여원 어치 통신주를 사들였다. 5거래일 만에 재매수다.

철강금속업종의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666억 여원, 지난 7일부터 사흘 동안 약 1720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음식료주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달 24일부터 단 하루를 제외하곤 날마다 순매수 했다. 금액은 1090억 여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IT와 자동차주에서 벗어나 내수 섹터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역시 원화 강세 때문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가격은 이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암묵적 지지선이던 1050원을 뚫고 1040원마저 붕괴됐다.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투자정보팀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하면 원화 강세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에 따라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기존 매수세가 IT와 자동차에 집중된 모습에서 전날 철강, 통신 섹터(업종) 등으로 확산됐는데 이는 외국인 매수의 성격이 시세 차익과 함께 환차익까지 겨냥한 시장 전반의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판단했다.

원·달러 환율이라는 시장 변수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증시 투자전략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그는 "외국인의 수급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여 과도하게 저평가된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섹터인 철강, 화학, 정유, 건설, 금융 업종 대표주를 미리 매수해 둘 만한다"고 권했다.

전통적인 원화 강세 수혜주(음식료, 철강, 유틸리티, 여행 등)는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비중을 확대해 놓는 것이 유효하다는 게 배 연구원의 분석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