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거래 사상 최고…상승랠리 발목?
주식을 빌려 투자하는 대차거래 잔액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금처럼 대차잔액과 공매도가 동시에 증가하면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대차거래 잔액은 총 47조2414억원으로 마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40조7696억원) 대비 15.9% 급증했다. 대차잔액은 2010년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뒤 매년 30~40% 증가해왔다.

대차거래는 외국인이나 증권사 등이 수수료를 내고 특정 주식의 소유권을 일시적으로 확보하는 거래다. 6개월 단위로 빌리는 게 기본이지만, 주식을 빌려준 쪽(대여자)에서 원할 경우 언제든 회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차잔액이 급증하는 원인을 1년여 만에 6조원 규모로 커진 롱쇼트펀드에서 찾고 있다. 롱쇼트펀드는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공매도 전략을 사용한다. 작년 11월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허용되면서 롱쇼트펀드의 투자 범위가 더욱 늘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롱쇼트펀드 운용역 중 상당수는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인 2050을 뚫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주가가 일단 2000을 넘어섰기 때문에 ‘하락’ 쪽에 베팅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코스피지수가 일단 2050을 넘으면 현재의 대차잔액이 오히려 지수 상승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더 오르면 어쩔 수 없이 과거 팔았던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 한다”며 “심리적 저항선인 2050을 넘으면 오히려 매수세가 몰리면서 ‘반전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차거래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을 빌려주고 빌리는 거래. 외국인이나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여자가 다른 외국인이나 증권사 등에 주식을 빌려주고 일정 수수료를 얻는 방식이다.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이 중개 기관 역할을 한다.

조재길/황정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