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7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파리 사교계의 고급 창부(娼婦) 비올레타와 젊은 귀족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이 이토록 사랑받은 까닭은 무엇일까.
오페라 연출가 아르노 베르나르는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폭력성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베르디가 자신이 살던 시대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던 이 작품은 지금 우리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베르나르는 오는 24~27일 국립오페라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라 트라비아타’의 연출을 맡았다.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공연하는 것은 2006년 이후 8년 만이다.
작품에서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신분 때문에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둘에게 이별을 요구한다. 둘은 비올레타의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 사랑을 확인한다. 줄거리의 원작은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가 1848년 쓴 ‘동백꽃 여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줄거리의 내용은 21세기 드라마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축배의 노래’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등 아름다운 아리아와 파리 사교계를 묘사하는 화려한 볼거리 등이 매력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베르나르는 “이 작품이 매춘부의 이야기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비올레타의 화려함 뒤에는 그의 직업 때문에 망가져 가는 개인의 처참한 삶이 숨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페라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육체적 폭력을 직접적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다”며 “이번 작품에선 이런 부분을 강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인 무대 연출이나 의상은 ‘모던’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동시대적 느낌은 피했다는 설명이다.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리우바 페트로바와 조이스 엘 코리가 맡는다. 알프레도 역은 테너 이반 마그리와 강요셉이, 제르몽은 바리톤 유동직, 한명원이 각각 연기한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발탁해 말러 청소년오케스트라와 루체른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 등으로 활동한 젊은 지휘자 파트릭 랑에가 지휘봉을 잡는다. 24~27일(평일 오후 7시30분·주말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5만원.(02)586-5363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