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號 통화정책 방향] 이주열 '무난한 데뷔전'…경기회복에 자신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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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1개월째 동결
"경기회복, 잠재성장률에 접근"
올 성장률 전망 4%로 상향
물가 전망치는 2.1%로 낮춰
금리인상 당분간 없을 듯
"경기회복, 잠재성장률에 접근"
올 성장률 전망 4%로 상향
물가 전망치는 2.1%로 낮춰
금리인상 당분간 없을 듯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있다.”
10일 첫 의사봉을 쥔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진단이어서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그는 이날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반년 만에 4%대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경기 회복으로 물가가 뛰면 통화당국은 금리를 높여야 한다. 신임 총재의 예상보다 이른 금리 인상 언급에 시장은 귀를 곤두세웠다.
◆“소비·투자 살아날 것”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거쳐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했다. 지난 1월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8%를 4.0%로 상향조정하는 한편 내년엔 4.2%로 성장폭이 좀 더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연구개발(R&D)비가 부가가치로 잡히는 등 국민계정 작성기준이 바뀐 데 따른 상승효과가 크다. 한은이 최근 새 작성기준을 적용한 결과 지난해 성장률은 기존 2.8%에서 3.0%로 0.2%포인트 올랐다.
이 총재는 “성장세 자체는 (종전 전망치에서) 별 차이가 없다”면서도 “경기 회복 속도가 잠재성장률에 부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최근 기준치(100)를 웃도는 등 소비심리가 살아날 조짐인 데다 설비투자도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취업자 수 전망치는 석 달 전 43만명에서 50만명으로 높여 잡았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전망치는 지난 1월 550억달러에서 680억달러로 높였다. 국제유가 하락 등 교역조건이 유리한 편이다. 국제수지 작성방식 변화로 인해 숫자 자체가 커지는 효과도 있다.
◆물가전망치 또 낮춰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 하한인 2.5%를 밑도는 2.1%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전망치 2.9%에서 10월(2.5%), 올해 1월(2.3%) 그리고 이번까지 세 번 연속 낮춘 것이다. 농산물 가격이 약세인 데다 공공요금 인상이 억제돼 저물가가 길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총재는 “공급요인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높아지고 있다”며 물가안정목표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는 “물가수준을 이번에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번번이 빗나가는 물가목표 수준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현재 1%대에 머문 물가상승률이 하반기 2.7%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농산물과 공공서비스 등 공급요인의 저물가가 걷히면 자연스럽게 물가가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이 총재는 “수요 부문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기면 선제적인 금리 인상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열은 ‘물가 파이터’
물가안정이 목표인 한은에선 원론적인 언급이지만 시장에선 주목했다. 경기 회복세에 따른 금리 정상화(인상) 시점에 대해 최소한의 기준을 던져줬다는 해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전망대로 경기회복이 지속된다면 수요가 살아나 물가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이 시점을 시장이 판단할 수 있게끔 일종의 포워드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가능성은 조금 더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이 발언 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지면서 채권금리가 일시적으로 2~3bp(1bp=0.01%포인트) 올랐다”며 “시장에서는 이 총재를 성장보다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매파’로 해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11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며 조용하게 끝났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쉽지 않다”면서도 “물가가 한은의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데뷔전’은 무난했다는 평가다. 이날 그가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지적한 뒤 원화값이 내림세를 타자 ‘이주열 효과’ 얘기도 나왔다. 문 연구위원은 “통화정책 전문성을 바탕으로 간결하게 메시지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
10일 첫 의사봉을 쥔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진단이어서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그는 이날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반년 만에 4%대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경기 회복으로 물가가 뛰면 통화당국은 금리를 높여야 한다. 신임 총재의 예상보다 이른 금리 인상 언급에 시장은 귀를 곤두세웠다.
◆“소비·투자 살아날 것”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거쳐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했다. 지난 1월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8%를 4.0%로 상향조정하는 한편 내년엔 4.2%로 성장폭이 좀 더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연구개발(R&D)비가 부가가치로 잡히는 등 국민계정 작성기준이 바뀐 데 따른 상승효과가 크다. 한은이 최근 새 작성기준을 적용한 결과 지난해 성장률은 기존 2.8%에서 3.0%로 0.2%포인트 올랐다.
이 총재는 “성장세 자체는 (종전 전망치에서) 별 차이가 없다”면서도 “경기 회복 속도가 잠재성장률에 부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최근 기준치(100)를 웃도는 등 소비심리가 살아날 조짐인 데다 설비투자도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취업자 수 전망치는 석 달 전 43만명에서 50만명으로 높여 잡았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전망치는 지난 1월 550억달러에서 680억달러로 높였다. 국제유가 하락 등 교역조건이 유리한 편이다. 국제수지 작성방식 변화로 인해 숫자 자체가 커지는 효과도 있다.
◆물가전망치 또 낮춰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 하한인 2.5%를 밑도는 2.1%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전망치 2.9%에서 10월(2.5%), 올해 1월(2.3%) 그리고 이번까지 세 번 연속 낮춘 것이다. 농산물 가격이 약세인 데다 공공요금 인상이 억제돼 저물가가 길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총재는 “공급요인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높아지고 있다”며 물가안정목표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는 “물가수준을 이번에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번번이 빗나가는 물가목표 수준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현재 1%대에 머문 물가상승률이 하반기 2.7%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농산물과 공공서비스 등 공급요인의 저물가가 걷히면 자연스럽게 물가가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이 총재는 “수요 부문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기면 선제적인 금리 인상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열은 ‘물가 파이터’
물가안정이 목표인 한은에선 원론적인 언급이지만 시장에선 주목했다. 경기 회복세에 따른 금리 정상화(인상) 시점에 대해 최소한의 기준을 던져줬다는 해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전망대로 경기회복이 지속된다면 수요가 살아나 물가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이 시점을 시장이 판단할 수 있게끔 일종의 포워드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가능성은 조금 더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이 발언 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지면서 채권금리가 일시적으로 2~3bp(1bp=0.01%포인트) 올랐다”며 “시장에서는 이 총재를 성장보다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매파’로 해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11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며 조용하게 끝났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쉽지 않다”면서도 “물가가 한은의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데뷔전’은 무난했다는 평가다. 이날 그가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지적한 뒤 원화값이 내림세를 타자 ‘이주열 효과’ 얘기도 나왔다. 문 연구위원은 “통화정책 전문성을 바탕으로 간결하게 메시지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