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18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경매장에서 열린 전두환 일가 환수미술품 특별경매에서 응찰자들이 낙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석범 기자
2013년 12월18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경매장에서 열린 전두환 일가 환수미술품 특별경매에서 응찰자들이 낙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석범 기자
[CEO를 위한 미술산책] 아름다움을 향한 경쟁…작품성·투자가치 검증된 미술품 구매 장점
초보 컬렉터가 1차 시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손에 넣기란 쉽지 않다. 딜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경매 쪽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경매의 이점은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기만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1차 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가격상의 이점은 없다. 갤러리에서 구매할 땐 경매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때때로 단골에게는 할인 혜택도 주기 때문이다.

[CEO를 위한 미술산책] 아름다움을 향한 경쟁…작품성·투자가치 검증된 미술품 구매 장점
경매에 참여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경매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회원으로 등록한 다음 참여하려는 경매의 좌석을 예약한다. 좌석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서둘러 신청해야 한다.

경매에 참여하기 앞서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경매회사가 발행하는 경매도록을 구입해 관심이 가는 작품을 체크한다. 경매회사는 경매 전에 1~2주 동안 출품 예정 작품을 전시하는데, 응찰을 원할 땐 반드시 전시장에서 직접 작품을 확인하는 게 좋다. 도록에서 본 느낌과 현장에서의 느낌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출품된 작품에는 추정가가 적혀 있다. 대개 작품 판매를 위탁한 사람과 전문가가 상의해 결정한다. 물론 위탁자는 높은 가격을 원하지만 경매사 입장에서는 유찰되면 수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낮은 추정가를 선호하는 편이다. 너무 높게 추정가가 매겨지면 응찰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만큼 유찰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추정가를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면 적은 예산의 고객도 참여할 용기를 내게 돼 경매장은 다수의 경쟁자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실제로 낮은 추정가로 시작한 작품이 훨씬 높은 가격에 낙찰될 때가 많다.

경매에 참여하기 전에 작품의 상태를 꼼꼼히 챙겨보는 것도 중요하다. 보관상태가 양호한지, 과거에 복원 또는 수리한 적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이렇게 준비를 마친 다음 경매 당일 옥션의 안내데스크에서 좌석번호와 패들을 받고 경매에 참여하면 된다.

경매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진행을 맡은 경매사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분위기를 띄우고 응찰자들로 하여금 스릴 만점의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국내에서도 김현희(서울옥션) 손이천(K옥션) 두 경매사의 활약은 익히 알려졌다. 경매회사 대표들에 따르면 이들의 역할에 따라 매출이 20~30%까지 차이가 난다고 한다.

경매에서 작품을 낙찰받았다면 작품가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구매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세계 양대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낙찰가 20만달러까지는 작품 금액의 20%, 그 이상일 때는 12%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국내는 경매회사마다 구매 수수료율이 다르다. 서울옥션은 낙찰가 5000만원 이하는 15%, 5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 12%, 1억원 초과 땐 10%의 수수료를 차등 부과한다. K옥션은 낙찰가에 상관없이 12%의 구매 수수료를 일괄 적용한다. 이와는 별도로 구매 수수료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야 한다. K옥션에서 5000만원짜리 작품을 낙찰받았다면 구매 수수료 600만원과 부가세 60만원을 합쳐 566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경매는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때때로 경매 낙찰가가 갤러리 판매가를 지나치게 초과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낳기도 한다. 단기간에 급상승한 후 그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면 1차 시장의 갤러리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창 비쌀 때 갤러리에서 작품을 산 고객은 작품값 폭락으로 심각한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1차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2차 시장도 그 여파로 몸살을 앓게 된다.

미술품을 투자마인드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경매만큼 매력적인 구매 방식은 드물다. 슈퍼리치의 관심 대상인 초고가 작품이나 인기 작가 작품에는 가수요가 붙어 예상 밖의 고가에 낙찰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매에서 낙찰되는 작품 가격은 비교적 합리적이다. 작품성, 장식성, 투자 가치 등이 이미 검증됐기 때문이다. 최초 구입비는 1차 시장보다 비싸지만 상승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봐야 한다. 아울러 경쟁 끝에 원하는 작품을 손에 넣었을 때의 쾌감은 경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