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서 다단계 회사를 변론한 변호사가 법정 밖에서 일부 피해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11시40분께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562호 법정에서 열린 ‘다단계업체 디케이코퍼레이션 등을 상대로 한 약 19억원의 반환 소송’에서 다단계업체를 변호한 A변호사가 재판이 끝난 뒤 법정을 빠져나오다 일부 피해자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당시 법정에는 20여명의 다단계 피해자와 그들의 대리인 등이 있었다. A변호사는 11일 기자와 만나 “이들 중 일부가 법원 5층 복도에서 내 멱살을 잡고 얼굴과 뒤통수를 3~4차례 가격했다”고 말했다. 법정경위가 급히 출동해 이를 제지했고, 욕설과 폭행 속에서 A변호사는 간신히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디케이코퍼레이션은 침구와 의류, 건강용품 등을 사들인 뒤 방문판매로 소비자들에게 팔다가 2006년 미등록 다단계 영업행위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번 재판은 당시 채권신고기간을 놓쳐 보호를 받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소송을 건 사건이다.

A변호사는 “다음주에 상해·집단폭행 등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며 “다음 재판부터 재판정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법 관계자는 “해당 재판부에서 법정경위 10명을 요청한 상황이었다”며 “법정 내에서 큰 소란은 없었지만 복도에서 불상사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협회는 법원에 대응책 마련을 요구키로 했다.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은 “변호사들이 협박 등으로 변론을 주저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