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구조조정 '잔인한 4월'] 증권맨 7000명 짐 쌀 위기…일본식 구조조정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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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흔들
주식중개 비중 큰 증권사, 주식거래 반토막 나자 '휘청'
돈 될만한 수익모델 못 찾아
주식중개 비중 큰 증권사, 주식거래 반토막 나자 '휘청'
돈 될만한 수익모델 못 찾아
“월급 얘기는 꺼내지도 못해요. 안 잘리면 다행이죠.”
여의도 증권가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2012년 연말부터 올 2월까지 여의도를 떠난 증권맨만 3500명에 달한다. 앞으로 예정된 구조조정 예상 인원을 합하면 최대 7000명이 여의도를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맨이 선택받은 고연봉자라는 것도 옛말이다. 지난해 증권사 직원들의 연봉은 일제히 5~10%씩 깎였다.
증권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브로커리지(주식중개 업무)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수익모델과 경영환경 변화가 문제다. 60개가 넘는 증권사가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거래량 급감이라는 태풍이 불어닥쳤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하루평균 8조~9조원에 달하던 주식 거래금액은 지난해 12월 4조580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2011년 4월 11조3031억원과 견주면 3분의 1을 가까스로 넘는 수준이다. 올 들어 하루평균 거래금액이 5조원대를 회복했지만 60여개 업체가 나눠먹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거래량이 예전 수준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수익이 나기 어렵다는 게 고민이다. PC는 물론 휴대폰을 활용한 온라인 트레이딩이 일반화되면서 수수료율이 뚝 떨어져 지점 유지비용을 뽑기도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연기금의 주식 주문을 대행하는 법인 영업의 수익성도 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수수료 덤핑 경쟁이 극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법인 영업을 뒷받침하는 조직인 리서치센터도 꾸준히 사람을 줄이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충무로 인쇄골목의 증권사 보고서 인쇄 물량이 2~3년 전과 비교해 40%가량 줄었다”며 “그만큼 법인 영업활동이 위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금 규모가 큰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산관리, 기업 인수합병(M&A) 시 신용공여 등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협소한 시장 규모, 노하우 부족 등으로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솔직히 돈이 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후반 일본에 불어닥친 대대적인 증권업계 구조 재편 바람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 일본 증권업계는 전체 증권사의 55%에 해당하는 147개 증권사가 무더기로 퇴출되는 진통 끝에 업체별 비즈니스 모델 차별화에 성공했다. 노무라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대형 증권사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국 증권사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엇비슷해 M&A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며 “당분간은 마른수건 쥐어짜기식 비용 절감으로 독자생존하려는 움직임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증권업 진입 규제를 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신생 업체들이 업계 질서를 바꿨다”며 “업계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는 증권업 진입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형석/김동욱 기자 click@hankyung.com
여의도 증권가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2012년 연말부터 올 2월까지 여의도를 떠난 증권맨만 3500명에 달한다. 앞으로 예정된 구조조정 예상 인원을 합하면 최대 7000명이 여의도를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맨이 선택받은 고연봉자라는 것도 옛말이다. 지난해 증권사 직원들의 연봉은 일제히 5~10%씩 깎였다.
증권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브로커리지(주식중개 업무)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수익모델과 경영환경 변화가 문제다. 60개가 넘는 증권사가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거래량 급감이라는 태풍이 불어닥쳤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하루평균 8조~9조원에 달하던 주식 거래금액은 지난해 12월 4조580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2011년 4월 11조3031억원과 견주면 3분의 1을 가까스로 넘는 수준이다. 올 들어 하루평균 거래금액이 5조원대를 회복했지만 60여개 업체가 나눠먹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거래량이 예전 수준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수익이 나기 어렵다는 게 고민이다. PC는 물론 휴대폰을 활용한 온라인 트레이딩이 일반화되면서 수수료율이 뚝 떨어져 지점 유지비용을 뽑기도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연기금의 주식 주문을 대행하는 법인 영업의 수익성도 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수수료 덤핑 경쟁이 극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법인 영업을 뒷받침하는 조직인 리서치센터도 꾸준히 사람을 줄이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충무로 인쇄골목의 증권사 보고서 인쇄 물량이 2~3년 전과 비교해 40%가량 줄었다”며 “그만큼 법인 영업활동이 위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금 규모가 큰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산관리, 기업 인수합병(M&A) 시 신용공여 등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협소한 시장 규모, 노하우 부족 등으로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솔직히 돈이 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후반 일본에 불어닥친 대대적인 증권업계 구조 재편 바람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 일본 증권업계는 전체 증권사의 55%에 해당하는 147개 증권사가 무더기로 퇴출되는 진통 끝에 업체별 비즈니스 모델 차별화에 성공했다. 노무라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대형 증권사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국 증권사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엇비슷해 M&A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며 “당분간은 마른수건 쥐어짜기식 비용 절감으로 독자생존하려는 움직임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증권업 진입 규제를 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신생 업체들이 업계 질서를 바꿨다”며 “업계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는 증권업 진입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형석/김동욱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