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광폭’ 글로벌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의 로웰 매커덤 회장의 초대로 슈퍼볼을 함께 본 그는 이번주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가, 이사 자격으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났다. 이달 말에는 일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 등 일본 인사들과 연이어 회동한다.

이 부회장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삼성전자 후계자로서의 후광 △서울대(동양사학과)·게이오대(MBA)·하버드대(경영학 박사 수료)를 나온 학벌 △호감 끄는 외모 등을 갖춰 탄탄한 해외 인맥을 가진 비즈니스맨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아오에서 빛난 이재용

이 부회장은 지난 8일 중국으로 출국해 하이난다오에서 열리고 있는 보아오포럼에서 참석하고 있다. 리 총리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정·관·재계 주요 인사 등과 회동한 그는 주말 귀국한다.

보아오포럼에서 이 부회장은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연구개발(R&D)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IT·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의료·헬스케어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많은 국가가 고령화 문제에 직면에 있으며 의료비 지출도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는 각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강연 마지막에 “11일에 갤럭시S5가 공식 출시된다.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바란다”며 자연스럽게 마케팅 역량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양한 영역의 해외 인맥

기자는 2012년 5월2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지나다 이 부회장이 한 외국인을 배웅하는 모습을 봤다. 이 외국인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노키아를 이끌던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 전 CEO였다. 이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한국에 놀러 왔다는데 보고 싶다며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의 인맥은 폭넓다. 작년부터 국내로 그를 찾아와 만난 사람만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에릭 슈밋 전 구글 CEO 등 쟁쟁하다. 그는 2011년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추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애플에 1980년대부터 부품을 납품하며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며 “그 때문에 잡스와 매년 몇 차례씩 만났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보아오포럼 이사를 맡았다. 또 미국 비즈니스카운슬 회원으로도 가입했다. 제너럴모터스(GM) 타임워너 아마존 골드만삭스 코카콜라 보잉 등 미국의 주요 기업 CEO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는 비공개 모임이다. 이 부회장을 포함해 회원이 138명뿐이다. 그는 매년 7월 미국에서 열리는 IT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미디어 콘퍼런스’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피아트 창업자의 외손자인 존 엘칸 엑소르 회장의 부탁으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이탈리아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인맥은 비즈니스 경쟁력

이 같은 인맥을 쌓을 수 있었던 데는 세계적인 기업 삼성의 후계자란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는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세계 최대 부호인 카를로스 슬림 멕시코 텔맥스텔레콤 회장이나 스웨덴 발렌베리 일가,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과 만날 때 항상 이 회장 옆을 지키며 안면을 쌓았다.

또 서울대, 게이오대, 하버드대를 거친 학벌도 큰 몫을 한다. 그는 일본어와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훤칠한 외모와 탁월한 사교성도 쉽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인맥은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전기차 부품 사업을 확대키로 하고 이 부회장이 나서자 댄 애커슨 GM CEO(2012년 10월),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2013년 1월),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CEO(2013년 2월),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 회장(2013년 6월) 등과 줄줄이 만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었다. 삼성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오너가 나서면 일이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외 CEO들이 이 부회장과 만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더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